[프로축구]대전 단독선두…안양에 승부차기승

  • 입력 2000년 5월 24일 21시 51분


대전 시티즌과 안양 LG는 다르면서도 닮았다.

대전은 국내 10개 구단중 유일하게 순혈주의를 고수하며 순수한 토종선수들로 고군분투하는 짠돌이 팀.반면 안양은 최용수 이영표등으로 국내 최고 진용을 갖췄음에도 12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용병(드라간)을 들여올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팀 성적을 보면 두 팀의 의리(?)는 각별하다. 99 K리그에서 나란히 8위(대전)와 9위(안양)로 최하위권에 머문 뒤 올들어 대한화재컵에선 꼭같이 A, B조 꼴찌를 나눠 가졌다. 바닥에서 다진 정이 각별해서일까. 두 팀은 2000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에서 23일까지 나란히 공동 1위를 달렸다.

그러나 두 팀의 운명이 갈린 것은 24일. 대전의 홈인 한밭운동장에서 맞붙은 두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한골씩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고 승리의 여신은 대전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전은 승점 7, 3승1패로 단독 1위로 올라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양 정광민은 3골째를 기록하며 이날 나란히 골을 기록한 고종수(수원) 박남열(성남) 등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에 나섰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날 또 하나의 신화를 이룬 팀은 포항 스틸러스. 이동국 고정운 백승철 등 골잡이들이 모두 부상으로 시즌 초부터 제외된 가운데 이날 정재권마저 부상으로 빠져 최악의 상황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성남과 전후반 2골씩을 주고받으며 기세싸움을 벌인 뒤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4연승을 기록했다. 다만 승부차기승이 3승이나 돼 승점 6으로 순위는 단독 2위.

현대가(家)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전에서는 전북이 후반 김경량과 양현정의 연속골로 ‘형님구단’ 울산을 꺾었고 전남 드래곤즈는 승부차기 끝에 수원을 제쳤다.

목동 구장에서는 부산 아이콘스가 이날도 경기장을 찾은 정몽규 구단주(현대산업개발 회장)와 모처럼 옛식구의 활약을 보러 온 안종복 전 단장(현 한나라당 총재특보)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같은 투지를 선보였지만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해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8연패는 94년 수립했던 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기록이자 프로 최다연패기록(94년 전북의 10연패)과도 불과 2경기차다.

<김상호·배극인기자·수원=양종구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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