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민(안양 LG)과 박남열(성남 일화)은 거칠기 짝이 없는 국내 축구계 풍토에서 보면 어떻게 저런 성격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순한 양'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이들을 평가한다면 큰 오산.팀내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이들을 빼놓고는 전력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꽉찬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4경기를 치르며 팀간 우열이 벌어지기 시작한 삼성디지털 K-리그에서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나란히 3골로 득점 공동 선두.두 선수 모두 그저 주운 골이 없다.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직접 네트를 가른 노력의 결실이다.
시즌이 끝날때까지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득점왕도 노려볼만 한 상황.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이 롱런할 가능성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왜 일까. 태생적 한계랄 수 있는 성격탓이 가장 크다. 두 선수 모두 기질적으로 강하지 못하고 끈질긴 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부침이 심하고 치열한 경쟁의 순간에 지레 한발짝 물러 서고 만다.
하지만 올들어 이들의 활약을 보면 이런 평가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광민은 오빠부대의 우상 안정환과 서울공고 동기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8년 안양에 입단한뒤 프로 첫해 11골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에 올라 가능성 이상 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는 혹독한 2년생 징크스. 이런 부진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제공했고 정광민은 그라운드의 생리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 돌아왔다.
이런 점에선 박남열도 마찬가지.아기자기한 팀 컬러를 가진 성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는 평을 받는 박남열은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뒤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고전했으나 올들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팀내 역할을 찾으며 어느새 팀의 기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조광래 안양 감독은 "광민이가 지난해말까지 군입대 문제 등 여러 정신적 혼란으로 고전했지만 단점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성격마저 변해가고 있어 올시즌 큰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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