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분명히 시의적절한 조치였고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FRB 관리들은 틈날 때마다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각종 보고서도 한달 전부터 FRB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발표에도 금융시장은 안정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FRB가 금리를 올린 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시장분석가들은 또다시 미국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처럼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경기 연착륙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며 자칫하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미국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국은 몇 개월 전부터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경제는 이미 공급증가분이 수요증가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고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섰다.
분명 FRB가 나서서 공급에 맞게 수요를 억제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인플레 압력이 가실 때까지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억제한다고 해도 몇 년 전 기준으로 보면 호황이다.
FRB가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인플레가 발생하게 되면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1979년 FRB가 인플레와 싸우며 통화긴축 정책을 동원해 실업률이 두자릿수로 치솟았던 때를 되돌아보자.
당시 FRB는 이미 몇년간 인플레가 진행돼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긴급처방을 사용했던 것이다. 만약 FRB가 조금만 더 일찍 손을 썼다면 그런 긴급처방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경제가 그렇게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금 1970년대 FRB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너무 서둘러 인플레의 싹을 자르려다 보면 금융시스템이 허약해지는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 일본이 바로 그러했다. 그 결과 일본은 아직도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이 앞으로 계속 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한다면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정상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경제는 나를 포함해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취약하지는 않다. 나스닥 지수가 그렇게 곤두박질쳤어도 느닷없이 기업이 파산했다든지, 큰 손해를 본 투자자가 창 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든지, 또는 증권회사에서 총질을 했다든지 하는 얘기들은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나는 최소한 미국이 일본경제처럼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주식투자자들에게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주의 거품이 어느 정도 가시기는 했지만 아직도 주가가 전반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갖고 있는 주식을 팔기를 권한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주가하락을 자극했다고 FRB를 원망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리〓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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