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꽃의 氣/향기-색깔-자태로 병 고친다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59분


꽃을 기르면 얼굴색도 꽃핀다,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지므로.

5월은 꽃의 계절. 꽃은 앞뜰이나 뒷마당에서 키워야만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거실에 화분을 사 들여놓기만 했는데도 몸이 가쁜해지고 근심거리가 사라졌다는 사람도 꽤 많다.

사실 꽃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질병 치료에 이용돼 왔다. 최근엔 이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뒷받침되고 있다.

▽꽃 치료법〓중국 삼국시대의 명의 화타는 헝겊으로 꽃 향료를 싸서 ‘향기주머니’를 만들어 환자에게 몸에 지니게 하거나 침상 위에 걸어놓게 해 폐결핵 설사 등을 치료했다.

일본에선 1970년대에 ‘꽃치료법’이 대체요법의 하나로 뿌리내렸다. 이것은 한의학의 기(氣)이론에 바탕을 둔다. 사람의 오장(간 심장 비장 폐 콩팥)과 오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은 서로 깊이 관련 있고 오색의 기가 오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미국과 유럽에선 대체요법 중 하나인 원예치료에 꽃이 이용되고 있다. 원예치료는 환자에게 꽃이나 나무를 기르게 해 몸을 운동시키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것.

이밖에 △꽃향료를 따뜻한 물에 한 두 방 떨어뜨려 목욕하거나 직접 향료의 냄새를 맡아 마음을 안정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향기요법’ △꽃 수액을 섞어 먹어 병을 치료하는 ‘바크요법’ 등도 꽃을 이용한 치료법.

▽보기만 해도 좋다〓건국대 원예과학과 손기철교수팀은 온도 습도 등 다른 조건이 똑같은 방에서 식물을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에서 알파파가 증가하고 델타파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알파파는 뇌가 안정될 때, 델타파는 뇌질환이 있을 때 증가한다. 연구팀은 또 식물을 보고 있을 때 뇌에서 사고와 기억을 주관하는 앞부분과 왼쪽옆부분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밝혀냈다.

▽왜 좋을까?〓우선 색깔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식탁 보에 따라 식사 태도가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빨간 식탁보를 깔면 더 빨리 먹게 되고 하얀색일 땐 천천히 먹게 된다는 것. 노란색이면 돈을 더 내더라도 맛있는 것을 시키게 되고 파란색일 때엔 식욕이 줄어 야채 정도만 먹게 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공명(共鳴)이론’ 또는 ‘색채(色彩)이론’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손기철교수는 “어떤 물체가 색이 있다는 것은 그 물체가 특정한 전자기파를 흡수하지 않고 방출하는 것을 사람이 보는 것”이라면서 “꽃색도 어떤 방식이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

▽다양한 꽃 이용법〓꽃을 먹으면 몸에 좋다는 주장도 있다. 꽃의 색소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의 산화를 막고 모세혈관이 잘 기능하도록 하며 피부가 탱탱해지게 한다는 것. 또 엽록소는 인체의 적혈구 속에서 산소를 옮기는 헤모글로빈과 성분이 거의 비슷해 혈액을 잘 흐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편 중국에선 국화꽃잎을 말렸다가 베갯속으로 쓰고 있는데 두통 고혈압 저혈압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원예치료연구회 총무간사 이상훈씨는 “꽃을 기르거나 화분을 살 때엔 자신의 체질과 몸상태에 따라 고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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