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오!수정' 주연 정보석

  • 입력 2000년 5월 25일 21시 21분


27일 개봉될 영화 ‘오!수정’(감독 홍상수)으로 4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정보석(38)은 짧고 강렬한 사랑을 막 끝낸 사람같아 보인다. “3월에 촬영이 끝난 뒤 너무 허전해 해외에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의 술을 다 마시고, 공항 컨베이어 벨트 위에 쓰러져 잤다”는 민망한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오!수정’에 대한 애정 표현에 열심이다.

▼인텔리 고정 이미지 벗어▼

‘오!수정’에서 그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젊은 날의 초상’ 등의 영화에서 보여준 우수에 젖은 인텔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수정(이은주)을 정복하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리숙하고 고집스러운 재훈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며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것도, 망상과 성적인 집착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 현실의 우리들과 너무 닮아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대부분 재훈을 통해서이다.

재훈은 홍상수 감독이 처음부터 정보석을 염두에 뒀던 배역. 홍감독은 “매너 좋고 착한 이미지의 남자를 찾다보니 그냥 그가 떠올랐다”지만, 정보석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 홍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일방적인 애정”을 키워왔다고. 지난해 여름 출연 제의를 받은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아무거나 좋습니다. 무조건 할게요!”

▼음주장면 실제연기후 기절▼

“연기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허전했어요. 나는 이야기만 전달해주는 도구가 아닌가. 나도 표현하고 싶은 ‘내 것’이 있는데….”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내 성격과 많이 닮은’ 재훈에게 푹 빠져 살았다.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서 진짜로 술을 마시며 연기해, 공원에서 만취해 수정을 부르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홍감독의 OK 사인이 나자마자 기절해버렸다고.

한동안 영화를 쉬며 ‘영화배우’보다는 ‘TV 탤런트’로 어필해 왔지만, 그는 현재 출연중인 KBS 일일연속극 ‘좋은걸 어떡해’가 끝나면 잠적해버릴 참이다. 느린 호흡이어도 충분히 준비한 뒤 “계속 열살쯤 젊어보이는 역할만 맡았던 TV에서와 달리 30,40대 남자들이 일상에서 느낄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 살아온 나이테가 배어나오는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