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정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정보 공급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본다. 언론 보도의 경우 신속성과 내용의 깊이가 아울러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5월 25일자 동아일보는 돋보이는 점이 있었다. 25일자 신문을 집어들자 1면의 "우리는 왜 피로한가"라는 다소 도발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다. 이는 23일자 A1면에서, 김대중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는 보도에 이은 것으로 최근 사회 전반의 문제를 심도있게 접근하여 파헤치고 있었다. A3, A4면에 정치 경제 사회분야로 나누어 무엇이 현재 위기와 난맥상의 본질인지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보여줌으로써 시사적이며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아쉬운 것은 현대사에 들어와 최근 들어 최대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언론 분야에 대한 자기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체로 우리 언론은 자기반성이 약하다. 정보의 공급자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개혁에 있어 언론은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용기 있는 자세가 아쉬웠다.
정보의 깊이문제와 관련해 언론에서도 '가정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26일자 A29면에는 작년의 경우 패륜범죄가 전년보다 19% 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는 최근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부모 토막살해사건'과 관련된 것인데, 이 사건은 가정과 가족문제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여준 것이고, 이런 정도가 아니더라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가정문제는 심각한 수위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며칠 전 서울보호관찰소에서 9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정폭력특별법과 관련해 가정폭력 행위자로 보호처분을 받고 있는 4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문제는 이들 또한 한편으로는 가부장적 관념의 희생자라는 측면을 우리가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정 내 폭력문제가 어떤 사건이 터져야만 일회적인 기사로 다뤄지고 마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정폭력도 타인에 대한 폭력과 마찬가지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남편이나 부모의 가공할 폭력에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아내와 어린 자녀들이 너무도 많다. '동아시아 e가족' '마이 라이프 마이 스타일' 등 가족과 가정관련 기사들을 매우 흥미있게 보고 있지만 가족의 밝고 아름다운 부분뿐만 아니라 현대 가족과 가정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깊이 있는 접근도 아울러 이뤄졌으면 한다.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