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미국인 의식조사]"진찰실은 무대장치"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00분


정신과 의사의 진찰실을 찾는 사람들은 정신과 치료에 대해 절대로 잘못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의사의 진찰실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곳은 집이 아니다. 치료는 환자가 돈을 지불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가 매고 있는 넥타이나 귀에 걸고 있는 귀고리, 카펫의 색깔, 벽에 걸려 있는 그림, 이 모든 것들이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 메시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정신과 상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과 학술지들은 의사가 자신의 일에 얼마나 열심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들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며,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지를 꽤 유창하게 설명해준다. 정신과 의사가 아무리 조용한 것을 좋아하더라도 의사의 방 자체가 의사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방안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와 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신과 의사의 문제는 자신의 방안에 있는 의자와 자신의 몸을 제외하면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광고하기는 쉽지 않다. 정신과 의사의 진찰실은 상품 전시실도, 예술가의 스튜디오도 아니다. 정신과 의사의 진찰실은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기다리며 마련된 무대에 더 가깝다. 정신과 의사는 이미 무대장치와 소도구를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우스꽝스러운 것은 정신과 의사도, 환자도 그 드라마가 어떤 것이 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couc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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