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의 ‘주류’가 돼버린 니컬러스 케이지(36)는 27일 돌연 자신의 정신적 고향인 ‘비주류 영화’로 돌아가고 싶다고 선언했다.
이날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니컬러스 케이지의 기자회견. 그가 주연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식스티 세컨즈(Gone in Sixty Sec-onds)’의 홍보 마당이었다. 이 영화의 세계 첫 시사회와 주연의 기자회견이 미국이 아니라 영화와 아무 상관없는 아테네에서 열린 것은 케이지가 이곳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작자와 다른 출연 배우들까지 이곳으로 오게 할 정도로 ‘힘이 센’ 스타지만, 그는 이날 “(비주류 독립영화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고 반가워하며 “정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내가 제작하고 존 말코비치가 주연한 저예산 영화 ‘섀도우 오브 뱀파이어’를 출품했다. 앞으로도 독특한 발상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고, 감독으로 데뷔할 준비도 되어 있다.”
1995년 역시 저예산 영화인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의 알코올중독자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그는 코엔 형제 감독의 ‘애리조나 유괴사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 등에 주로 출연해온 ‘비주류 영화의 총아’였다.
아카데미상을 탄 뒤 ‘더 록’ ‘콘에어’ ‘페이스 오프’ 등에 출연하며 액션 영웅으로 변신했지만,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영웅’이라는 점에서 다른 배우와 구별돼 왔다. 그는 “범죄자이건 술주정뱅이이건, 행동의 이유가 있고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어떤 역할을 맡든 그런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거장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조카. 이날 코폴라 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그는 “17세에 연기를 시작한 뒤 큰아버지의 후광에 가리는 것이 싫어 성을 바꿨다. 큰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만의 정체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할리우드의 흥행사 제리 브룩하이머와 호흡을 맞춘 ‘식스티 세컨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24시간 안에 50대의 스포츠카를 훔치는 자동차 절도범. “갖고 있는 차를 다 세어보지 않아 몇 대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자동차광인 그는 이 영화 마지막의 아찔한 자동차 추격장면도 대부분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
<아테네〓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