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또 철저히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장이 되면서 은행, 증권등 개인 선호주가 주도종목군으로 부상했다. 개인 주도장에서는 낙폭이 과대한 우량주중 가격 메리트가 높은 종목들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 특징. 단기매매를 노리고 이들 종목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진단이다.
◆현대 문제는 다시 잠복
현대 문제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지난 주말 현대가 내놓은 자구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29일 증시는 20포인트가까이 떨어지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직접 현대에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현대와 외환은행간에 지속적으로 협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등 정부가 강력한 시장 안정 의지를 밝히면서 시장은 낙폭을 줄여 한때 플러스로 돌아섰다가 결국 전날대비 0.73포인트가 하락하는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보합으로 끝난 이날 증시에 대해 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와 대우는 다르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당분간 현대 문제가 시장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 현대가 구조조정을 다시 해야하는 수준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는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문제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장 안정에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에 따른 시장 불안이 어느방향으로 갈지 분수령이 되었던 29일 증시가 보합수준에 그침으로써 현대 악재는 일단 시장에 용해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 문제는 잠복한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므로 현대의 경영권 분쟁이나 현대투신 문제가 제기됐을 때처럼 언제든 다시 시장을 뒤흔들 악재로 튀어 나올수 있다. 현대가 시장의 신뢰를 확실히 회복할만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대그룹 주가는 언제든 폭락할 수 있으며 이는 그대로 시장 전체의 불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와 외환은행간이 추가 자구방안을 내놓은 1차 시한으로 잡힌 오는31일이 또 한번 고비가 될 전망이다.
◆현대문제를 제외해도 시장은 여전히 악재투성이
현대문제가 잠잠해졌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증시는 투신권의 수탁고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새한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에서 드러난 중견·중소기업들의 자금 경색, 오는6월 추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미국의 증시 변동성 확대등 악재가 가득한 게 현실이다.
원/달러 환율을 봐도 원화 환율이 최근 많이 올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팔고 빠져 나가지 않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가 자금시장의 안정을 위해 앞으로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불투명한 형편에서 주가지수가 횡보 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증시는 다소의 등락은 있겠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기까지는 반등이 되더라도 상승폭이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증권주가 주도하는 장세
29일 금융주의 거래대금은 6천억원으로 거래소 전체 거래대금 2조4천억원의 1/4을 차지했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금융주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또 외국인이나 기관들은 이날 은행주를 많이 팔아 금융주 장세는 일반 투자자들이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타 개인들이 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은행, 증권등 금융주가 급등세를 보인데 대해서는 두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은행권에서 합병등 구조조정이 일어나더라도 자본금 감소(감자)는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금융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사채업자등을 중심으로 초저가의 은행주에 대해 작전성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개인이 주도하는 장에서 개인들이 선호하는 금융주가 주도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모든 악재가 드러난 은행주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개인이 선호하는 금융주에 매수세가 일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낙폭 과대주나 절대 저가주로도 시세 연속성은 없지만 산발적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도 보합권 양상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주말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22.78에 마감됐다. 대형주중 한통프리텔,기업은행등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코스닥지수도 현 수준은 바닥권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수급이 여전히 악화되어 있어 반등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관계자도 코스닥시장은 개인들이 주도하고 있어 변동성이 크지만 미국 나스닥시장의 불안등으로 상당기간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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