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공정한 인사’라고 강변하는 모양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실상 여권 내에도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한국관광공사 노조간부들은 낙하산으로 내려온 신임사장 인사 백지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신임사장에는 지난 총선 직전 지역구공천을 양보했던 인사가 정치적 보상차원에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로는 공기업의 개혁은커녕 효율적인 경영조차 기대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성은 없다지만 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소리는 결과에 따른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정부는 그동안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경쟁력을 높인다며 ‘개방형 인사제도’를 추진해왔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대부분 아무런 전문성이나 관련 경력도 없는 정치인, 그것도 공천탈락자와 유권자의 검증이 끝난 낙선자 등을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산하기관의 장(長)자리에 앉히고 있다. 정부는 반개혁적 인사를 스스럼없이 하면서 어떻게 국민에게는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가.
여권은 이같은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비단 공기업 개혁을 가로막고 효율적 경영을 저해하는 차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다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은 이같이 앞뒤가 다른 권력 행태가 현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더욱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권력이 자기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운 ‘친정체제’를 만든다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겠는가.
현정권이 지금 맞고 있는 위기는 소수정권이기 때문이 아니다. 반(反)개혁세력의 저항 때문도 아니다. 현정권이 자초하고 있는 근본적 위기는 바로 도덕성의 위기다.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뒤집기 위한 ‘책략정치’, 겉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 뒤로는 반개혁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 ‘우리만 옳다’는 식의 독선이 뒤얽히면서 초래한 도덕성의 위기야말로 현정권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위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왜 국민이 개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지 그 본질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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