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낙폭이 큰 저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는 있지만 시장의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추격 매수에 나설 경우 손실을 피할수 없다는 것이다.
◆유동성 장세 가능성
31일 증시는 전날 미국 나스닥시장이 급등한데다 현대의 자구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50포인트 이상 올랐다가 종가는 전날보다 40.62포인트 오른 731.88을 기록했다. 거래도 활발해 거래량은 5억주에 육박했고 거래대금은 4조2천억원대를 기록했다. 대형주를 비롯해 거의 모든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로 인해 지난주부터 냉각됐던 증시에 봄바람이 세게 불어닥친 모습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현대문제가 일단락되면 하락 추세가 끝나고 상승세로 확실히 돌아설 것"이라며 공적자금이 투신사에 투입돼 수급 상황도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채권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유동성은 풍부한데 시장에서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은행, 증권주등 낙폭이 큰 대중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는데 현대문제 해결로 상승 기류가 확실해질 경우 전업종의 저가 우량주로 매수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유동성 장세는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반론도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현대문제를 접어 두더라도 수급 불균형, 투신권과 은행의 구조조정, 중견기업들의 자금 경색 조짐, 아직도 금리 인상의 영향권내에 있는 미국 증시등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신권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31일 1220억원을 순매도한 것이 보여주듯 기관들의 매수 여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 투신의 간접투자상품에 돈이 유입되려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이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SK증권에 따르면 6월에 유·무상 증자에 따른 상장물량 5천억원, 뮤추얼펀드 및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에 따른 물량 2조5천억원등 3조원가량의 공급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여 7월초로 예정된 뮤추얼펀드(1조2천억원) 물량을 빼도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다.
정병선 신흥증권 이사는 현대문제가 해결됐다 해도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남아있으므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너무 빠른 낙관론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대책에 대한 외국인 반응은 1일 증시에서 분명해질 듯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213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도 12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미국 증시가 큰 폭의 상승을 보인데 따른 반응이고 현대의 해법에 대한 외국인 반응은 1일 증시에서 명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를 대부분 이미 큰 규모로 사놨기 때문에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추가 매입함으로써 지수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 부장은 "외국인들은 은행, 증권, 건설등 대중 선호주를 별로 매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이미 보유비중이 높아져 유동물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매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부장은 지수가 780선까지 올라가면 단기 매물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가치 고려하는 투자원칙을 되새겨야
증시 반등세가 이어지면 개인들이 장세를 강하게 이끌면서 저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예상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전부장은 종합주가지수는 상승에 한계가 있더라도 낙폭이 과대한 저가주는 앞으로 20%정도 더 오를 여력이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추격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투기적 매수가 장세를 압도할 경우 시장이 다시 효율성을 잃고 투자장화돼 장기적으로 손실을 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계론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신흥증권 정이사는 "본질적으로 투신권등이 시장 조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증시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보고 다시 무조건적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하락 장세에서의 손실을 교훈삼아 투자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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