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재건축조합-시민단체, '고밀도개발 제한' 힘겨루기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19분


서울시내 고밀도 개발을 제한하는 도시계획 조례안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이해당사자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30일 마감된 공람 기간 중 서울시에 접수된 각계각층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새 조례안이 적용될 경우 용적률이 크게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 건설업체 등은 적용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반면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우선 기준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서울시의 조례 시행안을 막겠다는 입장. 새 조례안이 적용되면 사실상 재건축이 무산되는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조합측은 “법정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흥분했다.

일선 구청장들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될 경우 구 재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집단 행동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사업승인신청을 7월 이전에 하느냐, 7월 이후에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풍문이 나돌아 재건축 예정 아파트 수요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서울시가 7월 이전 사업승인신청을 해둔 재개발 아파트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해 기존 조례를 적용받게 해주는 새 조례안 경과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 때문.

강남구청의 재건축 심의 담당자는 “안전진단 심의신청이 1주일에 평균 4∼5건 몰려 다른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초구에도 지난해 한달 평균 3건 정도에 그쳤던 정밀안전진단 신청이 요즘은 1주일에 2, 3건씩 들어오고 있다는 것. 정밀안전진단은 재건축사업의 초기 단계로, 진단이 끝나면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승인을 거쳐 재건축이 본격 추진된다.

이에 맞서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1일 ‘전문가100인’선언을 통해 서울시의 조례안을 강력 비판하기로 했다. 친환경적 도시개발을 위해 일부 용적률 적용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주상복합건물의 경관 심사도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게 요지.

김병수(金兵洙)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부장은 “2003년까지 경과규정을 두려는 발상은 고건(高建)시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같이 껄끄러운 문제는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 문승국(文承國) 도시계획과장은 “7월 이전에 사업 신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기존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그 동안의 진행경과와 사업 내용의 질적인 측면을 따져 심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연욱·박정훈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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