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도루하고 정수근이 홈런친다?

삼성 이승엽의 도루 수와 두산 정수근의 홈런 수를 비교해 보면 누가 많을까.

이승엽(24)과 정수근(23)은 95년 프로입단 동기. 한 명은 '불세출의 홈런타자'로, 또 한 명은 '대도(大盜)'로 각각 국내 최고 선수의 위치를 굳혀 나가고 있다.

하지만 둘에겐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이승엽에겐 도루, 정수근에겐 홈런이다.

홈런타자 이승엽은 도루를 안하는 대표적인 선수. 지난해까지 5년간 개인통산도루가 불과 19개로 95년과 98년엔 시즌 내내 단 한 개의 도루도 없었다. 올해는 딱 1개. 하지만 발이 느린 편은 아니라는 게 본인의 주장. 이승엽은 "100m를 13초대에 뛰지만 부상의 위험 때문에 도루를 잘 안 한다"고 말한다.

1m78, 67㎏의 가냘픈 체구인 정수근은 '똑딱이 타법'의 선두 주자. 상대 투수의 공을 톡톡 맞혀 단타를 만들어내는 게 주특기다. 이 때문에 홈런하고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박철순이 현역 시절인 96년 정수근에게 "네가 잠실구장을 넘기면 내가 옷을 벗겠다"고 장담했을까(96년 정수근은 잠실구장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쳤고 시즌 뒤 박철순이 은퇴했으니 약속은 지켜진 셈).

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간 홈런 6개를 쳐낸 정수근은 29일 잠실 LG전에서 8회 홈런을 터뜨림으로써 올해 벌써 2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올해엔 이승엽의 도루보다 내 홈런이 많을 것"이라며 자신만만. 둘의 '이색 경쟁'에서 누가 이길까.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