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Op―Ed]인터넷시대 어느 소설가의 상념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98년이 인터넷 희망의 해였다면, 99년은 인터넷 과대평가의 해였다. 그리고 2000년은 어쩌면 인터넷이 생활하되는 인터넷 현실의 해가 될지 모른다. 소설구상을 위해 이곳 저곳을 방문하는 동안 인터넷과 관련, 겪은 일과 상념을 일기 형식으로 공개한다.

▽첫째날〓뉴욕의 92번가에서 한 젊은 여성이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고 …닷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는 자본이 떨어져 금방 파산할 지경이죠.”

▽둘째날〓시카고에 있는 모토롤라 박물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모토롤라의 한 중역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며칠 전 폰뱅킹을 하려고 은행에 전화를 걸었더니 기계 대신 사람이 전화를 받더라는 것이었다. 그 은행의 컴퓨터 시스템이 고장나서 하는 수 없이 옛날처럼 사람이 전화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 중역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고, 우리는 모두 그 심정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열째날〓라스베이거스에서 쇼핑 센터 회의가 열렸다. 내 친척들이 쇼핑 센터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모두들 손바닥만한 컴퓨터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냉장고가 알아서 부족한 식품을 주문하는 첨단기술 시대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쇼핑 센터 관계자들에게 농담 삼아 이런 광고를 한 번 해보라고 제안했다. “한 장소에서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며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본 다음, 그 자리에서 그것을 사서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과거가 그립지 않습니까. 신용카드 번호를 도난당할까봐, 또는 배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세상이 바로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바로 쇼핑 센터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을 돌아다니다가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도박에 승리한 사람을 축하해주고, 패배자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자기 방에서 혼자 온라인 도박을 하는 사람은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오늘날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는 과거이기 때문에 바로 우리의 미래이다.

열한 번째 날: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아내는 몇몇 학부모에게 대화를 위해 학교에 나오라고 말했단다. 교육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 누가 이런 일을 할까.

▽필자=토머스 프리드만(소설가)

(http://www.nytimes.com/library/opinion/friedman/053000frie.html)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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