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다시 10대소녀들의 이야기인가. '여고괴담'의 속편 제작을 거부했던 감독이 다룬 이야기가 이번에는 여중생으로 연령이 조금 낮춰지기는 했지만 그 감수성이 원조교제 등 그 또래의 사회적 문제에 잇닿아 있다는 점에서 결국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음에는 왜 본격 공포영화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공포영화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재능을 보였던 감독이 정작 자신이 각본 감독 제작까지 도맡는 멍석을 깔아놓고는 '초현실감성영화'라는 애매모호한 틀에 갖혔을까.
30대 보험회사 직원 구호(김승우)는 어느 비오는 날 음주운전 중 도로 한복판에 서있던 정체불명의 소녀 미조(윤미조)를 친다. 죽은 줄 알았던 미조는 살아나지만 기억상실증에 실어증까지 겹친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구호는 미조의 묘한 매력에 끌리고 텔레파시를 통한 의사소통을 체험하면서 급기야 미조는 물방울을 마음대로 끌어당기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베일에 쌓인 미조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미조의 초능력은 통제불가능한 흉기로 돌변한다.
물기어린 윤미조의 신비한 마스크는 TTL광고의 임은경이나 017광고의 임현경처럼 이제는 패션이다. 기성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든 요즘 10대 소녀들의 이미지는 한국적 상황에서 신비주의의 망토를 한풀 걸친 또다른 '롤리타'인지 모른다.
그래서 원조교제에 대해 분노하는 구호가 정작 미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영화는 미조의 초능력이 균형을 잃은 것을 그들 사랑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 탓으로 돌리지만 오히려 그 이율배반적 사랑에 감춰진 독 때문이라는 설정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15세이상 관람가. 3일 개봉.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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