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화합물인 다이옥신은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물질 중에서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다이옥신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산불이 나거나 심지어는 나무를 땔감으로 태울 때도 생기는 ‘천연물질’이다.
우리 몸에도 자연적으로 생긴 다이옥신이 4ppt정도가 된다. 천연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다이옥신이 널리 알려진 것은 베트남 전쟁 때 썼던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라는 제초제 때문이었다. 이 제초제는 우리 나라 휴전선에서도 사용됐다. 일반 농사용 제초제로 많이 사용했던 2,4-D와 2,4,5-T가 바로 이 고엽제의 주성분이고 여기에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다. 제초제를 만들 때 온도를 너무 높였기 때문에 10ppm 정도의 다이옥신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런 다이옥신도 온도가 섭씨 70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두 분해된다. 즉 소각로의 온도를 충분히 높여주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소각로는 왜 문제가 될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쓰레기 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물기가 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장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소각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젖은 장작을 태우면 매운 연기가 나고, 젖은 연탄을 쓰면 맹독성 ‘연탄가스’(일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젖은 물질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데에 에너지가 낭비되기 때문에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서 완전 연소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젖은 쓰레기를 태우려면 벙커 C유같은 연료를 함께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소각장은 엄청난 연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연료비만이 문제라면 좋겠는데, 소각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다이옥신이 생긴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거기다가 PVC처럼 염소가 포함된 플라스틱을 함께 넣으면 소각로는 ‘다이옥신 합성 공장’으로 변하게된다.
쓰레기 분리 수거와 같은 사소한 노력이 심각한 환경 문제의 해결 열쇠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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