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남북교류협력 기본지침이 시행된 이후 99년말까지 남한주민의 북한방문은 금강산관광을 제외하고 1405건이 이루어져 1만1321명이 북한땅을 밟았다. 금강산관광객은 지난해까지 15만8628명이었다. 이들이 왕래한 길은 단 세가지. 주로 남북 당국자들이 이용한 판문점 통과 육로, 금강산관광객과 대북지원단이 이용한 해로, 그리고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었다. 아직까지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로 비행기를 타고 가 내린 사람은 한명도 없다. 역사적 정상회담만큼이나 교통수단도 역사적이다.
▷사실 남북간에는 ‘대구항로관제소와 평양항로관제소간의 관제협정’이 발효돼 항공로는 개설돼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일본의 직항로에 이용됐다. 같은 민족의 하늘이면서도 제 민족은 마음껏 다니지 못하고 다른 나라 항공기에만 길을 열어주는 ‘안타깝고 부적절한 현상’이 3년째 지속돼왔다. 그런 차원에서 평양방문단의 서울∼평양 직항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제 남북 양측이 마음만 먹으면 육 해 공 어느 길이든 다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평양방문에 이어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길, 뱃길, 그리고 비행기길에 이어 기찻길을 김국방위원장이 이용하면 남북간의 왕래에 모든 교통수단이 다 동원되는 것이고 그 의미 또한 심대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철마도 달리고 싶어한다.’ 평양정상회담에서 그런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봄직하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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