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약효파동' 제대로 보자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39분


최근 동아일보의 ‘약효 떨어진 약’에 대한 일련의 보도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은 물론이고 의사 약사 보건당국 및 제약업계 등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약효시험’(약효동등성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약효가 없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지나치다는 제약업체의 반발이 거셌다. 값싼 원자재를 사용한 질 낮은 약이 판치게 된 것은 약품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의 책임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7월1일 시행될 의약분업에 가뜩이나 비판적인 의사들은 그동안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던 일부 저질 의약품의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을 반기면서 이를 의약분업의 반대 논리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약효 떨어진 약’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약업계가 반발하거나 의사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이유는 하등 없다.

무엇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이번 약효 시험은 의약분업이 없었으면 절대로 도입되지 않을 실험이었다. 분업을 앞두고 ‘의사가 써 준 처방을 약사가 얼마만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부상하자 정부가 약효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에 한해 대체 조제를 허용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다.

이런 시험이 없었으면 국민은 예전대로 아무 약이나 사 먹었을 것이다.

이는 제약업계도 마찬가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약효시험을 통과한 약들은 카피(복제)품일지라도 오리지널과 똑같은 약효를 인정받아은 것이다. 약품의 우수성을 입증받은 만큼 떳떳하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세계 10위 내의 다국적 업체들도 연구 개발(R&D)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수시 합병을 감행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업계는 실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분업은 의료 개혁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의사도, 약사도, 국내 제약업체들도 분업이 마뜩지 않다. 하지만 병을 낫게 하자면 싫어도 약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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