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e컬처]"인터넷서 나이 묻지마라"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49분


한 세대라고 해서 으레 30년 정도 세월의 두께를 상정했던 것은 정말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경험했느냐를 기준으로 했던 전전(戰前)세대와 전후(戰後)세대의 구분도 전전세대의 소리없는 퇴장과 함께 의미를 상실해버린지 오래다. 4·19세대, 6·3세대, 유신세대 등 정치적 격변기를 기준으로 했던 세대구분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점차 퇴색했다.

▼X세대가 '쉰세대'로▼

나이, 학번, 출생연대 등을 기준으로 386세대, 475세대, 564세대 등 10년 주기로 세대구분을 하던 것도 이젠 올드 패션이다.

이런 가운데 한때 ‘신세대’로 통했던 x세대가 어느새 ‘쉰세대’가 될 정도로 세대순환이 빨라졌다.

n세대가 돌풍을 일으키는가 했더니 어느새 m세대가 출현했다. n세대가 ‘넷 제너레이션(net generation)’을 뜻했다면 m세대는 ‘모바일 컴퓨팅(mobile computing)’을 주로 구사하는 포스트 n세대를 가리킨다. PDA(개인휴대단말기)없이도 휴대폰만 가지고 1분에 100글자 가까이 찍어내 문자서비스로 전송하는 기가막힌 m세대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40대 이상은 겨우 7%▼

인터넷 상에서도 나이와 세대에 따라 차별화된 사이트들이 적지않다. 먼저 1318(13세에서 18세)청소년층과 20대 초반층을 대상으로 n세대 감성포털을 자임하는 ‘엔클릭(www.nclick.co.kr)’ 사이트와 1325(13세에서 25세) 넷 해방구를 선언한 ‘네오조이(www.neojoy.com)’ 사이트 등이 있다. 그 뿐 아니라 386(www.386.co.kr) 사이트도 있고 실버클럽(www.silverclub.co.kr) 사이트도 있다. 또 ‘노땅들의 커피숍’ ‘40대 준위모임’ ‘할매와 할배들’ 등의 별난 모임들(club.digito.com/ClubDir.php?clubdircode〓I)도 적지않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연령 분포를 보면 10∼35세에 집중되어 있고 40세 이상의 비율이 7%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는 40세 이상이 무려 4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40대 이상의 참여가 부족한 것은 그 세대가 컴퓨터와 거리가 멀어 쉽게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아직 그들이 참여해 활용할 만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40,50대를 위한 컨텐츠라고 해봐야 기껏 ‘바둑노털방(myhome.shinbiro.com/∼silv16/bdklink.htm)’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에서는 현실세계의 나이만을 가지고 세대구분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실제로 몸은 20대인데 사이버 감각이 40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몸은 40대지만 사이버 감각 만큼은 10대 혹은 20대라고 자부할 만한 사람도 있다. 따라서 실제 나이와는 무관하게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나이가 따로 붙여질 수 있다. 이른바 ‘사이버 에이지(cyber age)’가 그것이다. 인터넷 매체와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이를 활용하는지 여부를 테스트해 사이버 에이지를 알 수 있다.(www.nowplus.co.kr/cyber1020/cyber…test1.asp)

이제 더 이상 인터넷에서 실제 나이를 묻지마라. 나이로 세대차를 이야기하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에서 세대차는 나이차가 아니라 감각차일 뿐이기 때문이다. 감각만 살아있다면 나도 당신도 m세대일 수 있다.

정진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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