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본 여성들은 ‘겹쳐 입기 선수’들이다. 패션 잡지에서도 겹쳐 입기 코디 강좌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들이 레이어드 룩에 재능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헤이안 시대(수도를 교토로 옮긴 8세기 말부터 약 300년간 계속된 시대) 궁중 여성들의 기모노(사진)가 바로 레이어드 룩의 원조다. 가운 형태의 얇은 실크 소재 기모노를 12겹 겹쳐 입었던 것인데 깃과 앞가슴 등 겹쳐진 부분의 빛깔 매치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
연한 핑크에서 점점 진해지는 체리핑크빛 옷을 층층으로 겹쳐 입는 것이 한 예다. 연초록에서 점점 진해지는 녹색계통의 옷에 노랑과 회색, 오렌지를 안배한 세련된 겹치기도 있다.
현대의 기모노도 깃 부분에 겹치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 에리’와 ‘다테 에리’다. 한 에리는 속치마격인 나가 쥬방에 달린 깃이고 다테 에리는 나가 쥬방과 겉옷 사이에 매치시키는 머플러같은 것이다. 예전 12겹 레이어드의 약식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헤이안 시대의 우아한 겹쳐 입기의 멋이 아름답고 개성적인 레이어드 룩을 일본에 탄생시킨 셈이다. 전통은, 감성을 가꾸어주는 모양이다.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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