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연극무대에도 '과학' 만발

  • 입력 2000년 6월 4일 20시 04분


연극 ‘코펜하겐’이 시연되는 동안 이 작품의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은 한 여성관객의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연극 속에 과학적인 내용이 너무 많다면서 그런 내용을 덜어내지 않는다면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상연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코펜하겐’은 위대한 물리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닐스 보어, 그리고 원자폭탄의 개발과정을 다루고 있는 연극이어서 과학의 난해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연극은 또한 우정과 개인적 상실, 애국심과 도덕적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객석이 연일 거의 만원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연극들은 ‘코펜하겐’ 외에도 많이 있다. 이번 시즌에 과학과 과학자들을 다룬 연극들이 유난히 많이 무대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우선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만 꼽아보면 티나 란도의 ‘우주’, 데이비드 오번의 ‘증거’, 라인 그로프의 ‘5명의 히스테리컬한 소녀들에 대한 정리’, 아서 기론의 ‘움직이는 사람들’, 맥 웰먼의 ‘히파티아’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지난해 가을에 막을 올린 ‘우주’는 은하계 저편에서 날아오는 외계인들의 신호를 찾아 나선 천문학자들이 이야기이고, ‘증거’는 고등수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히파티아’는 5세기의 여성 수학자 겸 철학자였던 히파티아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 작품들에 포함된 과학적 내용의 분량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에서 과학적 지식의 추구는 아름다움과 진실에 대한 탐색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들 작품의 작가는 극작가를 비롯한 여러 분야 예술가들의 작업 역시 아름다움과 진실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또한 과학도 예술이나 사랑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행동이며 거의 언제나 불확실성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과학을 서술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작품들이 무대에서 만개하고 있는 현상은 앞으로 한동안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이 공상적인 미래를 그린 소설의 형태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대중문화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를 이들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과 대중문화가 융합하는 현상에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 혁명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거’의 작가인 오번은 “우리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기술 역시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heater/060200science-thea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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