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고대 국가인 고조선이 국가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기원전 4세기 정도다. 이보다 한참 이전인 기원전 3100년경 이집트에 고도의 문명국가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아직 원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집트 유물들은 현대 예술 작품과 비교해 볼 때도 탁월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당시 이집트인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기에 이런 뛰어난 문명을 만들어냈을까.
▷카이로 박물관 최고의 구경거리는 소년왕 투탕카멘의 유물이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굴된 투탕카멘의 묘는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 최초의 파라오무덤이었다. 대부분 황금으로 장식된 유물들은 방대한 양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방문객들에게 신비감과 경이로움을 안겨 주고 있다. 고고학 발굴 사상 최고 성과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투탕카멘이 살았던 기원전 1300년대는 이집트의 국력이 서서히 저물어 가던 시절이었다. 쇠락기 왕의 부장품이 이 정도이니 전성기의 다른 왕 무덤에는 얼마나 어마어마한 유물이 들어 있었을까.
▷투탕카멘에 버금가는 고고학 발굴 작업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발굴의 성과로 최근 인양된 고대 이집트 여신 ‘이시스’의 조각상은 언뜻 보기에도 위대한 이집트문명의 편린을 느끼게 해준다. 이집트문명은 기원전 1000년 이후 이민족의 잇따른 침입으로 크게 파괴됐다. 오래전 지진으로 인해 바닷속에 가라앉은 채로 발견된 이 도시 유적은 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이집트문명을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화민족을 자임해 온 우리도 남의 일로만 여기지 말고 풍납토성 문제를 포함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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