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선의 뮤직@메일]'듣는 음악'서 '보는 음악'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형태의 TV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없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위해 유명 아티스트들을 매주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뮤직비디오라는 장치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음악 전문 유선 방송인 MTV에 의해 시작된 이 새로운 영상음악문화는, 처음에는 단순히 신곡 홍보 수단의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1982년 마이클 잭슨의 음악비디오 ‘스릴러(Thriller)’가 전 세계인의 각광을 받은 후부터 음악을 표현하는 독립적인 매체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가수가 서울에 거주한다. 한 나절이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가수들의 방송 출연료가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순위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신곡을 발표한 대부분의 가수 또한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런 우리나라에서도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To heaven’이후 뮤직비디오가 음반 홍보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수억원의 제작비를 들이는 등 로케이션이 우선 대담해졌다. 음반 제작비보다 더 많은 수억원의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소요되는 아이러니를 낳기도 한다. 짧은 제작 기간이라는 장점과 강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배우들의 우정출연이 유행하기도 한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파생상품이 생겨난 셈이다.

앞선 주자가 새로운 내용물을 만들어 낼 때까지 아류들이 원작에 못미치는 모방작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도 이 시장의 특성중의 하나다.

공중파에서 방송하면 안될 자극적인 화면들이 그들의 단골메뉴인 것이 때론 유감이다.

박해선(KBS PD·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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