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강수명' 세계81위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세계보건기구(WHO)가 엊그제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평균적 장애기간을 뺀 것이니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수인 셈이다. 이 통계는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편안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62.3세로 세계 191개국 중 81위로 나타났다. 99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74.3세라는 통계이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12년 가량 질병과 부상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계산이다.

반면 건강수명이 74.5세로 1위에 랭크된 일본의 평균수명은 80.9세여서 평균장애기간은 6.4년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일본사람에 비해 6.6세 짧은데 비해 건강수명은 무려 12.2세나 짧다니 충격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염성 질환에 걸리는 확률이 매우 높고 고혈압 등의 성인병 발생률도 높다고 한다. 발생률이 세계 최고라는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폭발사고 붕괴사고 등 각종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고통과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부정부패,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해이, 환경오염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저칼로리 식사, 질병발생률이나 각종 사고발생률이 낮은 일본이 1위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또 통계에는 미국의 건강수명이 24위로 나타났고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81위로 나타났지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미국의 건강수명이 다소 낮은 이유는 에이즈 감염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흑인 및 소수민족의 질병과 장애 때문인 것이다. 중국은 의료나 보건복지 시설의 질은 우리보다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중국사람들의 건강유지 생활습관은 견실한 게 분명하다.

건강은 신체적이건, 정신적이건 기본적으로 개인이 신경써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다시 말해 환경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건강증진프로그램 개발, 의료체계나 사회복지체계 완비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 및 문화생활여건 개선일 수도 있다. 건강수명뿐만 아니라 문화수명 환경수명 교육수명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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