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슷한 것은 거래소시장의 저평가다. 현재 거래소 상장종목 전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남짓.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예컨대 주가 1만원짜리 기업이 주당 2000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PER는 5배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연 20%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1만원을 투자했을 때 2000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실제로 투자한 기업의 순이익이 전부 주주 몫은 아니지만…). 채권수익률을 연 10%로 보면 이론상 두배가 남는 장사다.
이런 저평가상태는 86년이래 처음이다. 86년 초 PER 5.6배로 시작한 한국증시는 연말 9.0배까지 상승했으며 지금처럼 PER 한 자리수 시대로 돌아선 것은 올 4월 들어서다.
다른 하나는 국가위험(Country Risk)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이다. 86년 주가가 급등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6·29선언으로 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금은 남북회담 성사를 계기로 우리의 고질인 ‘남북대결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 리스크 경감이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것은 최근 각광받는 행동재무론(Behavioral Finance)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행동재무론의 ‘배당할인 모형’은 투자자의 심리를 거의 무시하는 정통학파와는 달리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를 주요 경제변수로 삼고 있다. 주가는 장차 기대되는 배당흐름을 현재가치화한 값이라는 게 골자. 수식으로 표현하면 ‘주가〓배당÷(할인율-배당성장률)’이다.
여기서 할인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위험(리스크 프리미엄)이다. 결국 위험이 크면 클수록 주가는 낮아진다는 결론이다.
남북대결 구도에 따른 불안심리의 결과로 저평가돼 있는 한국증시가 정상회담을 통해 국가위험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적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면 투자자들, 특히 외국인들의 ‘사자’가 봇물처럼 밀려들 가능성이 크다.
김정래(제일투신증권 투자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