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의 연습이 한창인 5일 오후7시반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의 리허설룸. 형사 최연기 역을 맡은 그가 눈을 부릅뜨면서 고압적인 목소리로 피의자를 ‘잡아먹을 듯’ 몰아세우고 있다. 16일부터 30일까지. 02-2005-0114
그가 ‘돈이 된다’는 영화를 밀어둔 채 연극판에서 땀 흘리는 이유는 무얼까.
―‘박수칠 때 떠나라’는 어떤 작품인가.
“광고회사 대표인 미모의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작품으로 형사역을 맡았다. 한 사람의 죽음보다는 취조에서부터 모든 수사과정을 생중계하는 언론에 대한 풍자가 날카롭다. ‘재미있는 연극’을 표방하는 장진감독의 희곡이 마음에 들었다.”
이날 오후1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짧은 휴식, 긴 연습으로 꼬리를 물다 9시경 끝났다. 최민식과 기자의 당초 약속은 연습이 끝난 뒤 소주를 한잔 걸치는 것. 하지만 내일 연습 때문에 자신이 없다는 그의 요청으로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왜 연극을 선택했나.
“의외의 선택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쉬리’를 끝내고 극단 유시어터의 ‘햄릿’에 출연했었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 좋은 연극 작품을 만나면 덥석 물곤 했던 경험이 있다. 영화는 ‘해피 엔드’ 이후 30여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계속 정상에서 박수받을 작품을 고르는 건가. 흥행실패나 혹평을 두려워하는 ‘보신주의’는 아닌가.
“인기와 돈 문제가 아니다. ‘송강호식 표현’으로 말하면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돌아갈 각오도 되어 있다. 3월 환갑을 맞은 대학 은사(동국대 안민수교수)께서 ‘맞아, 네 나이는 고민이 많을 나이’라는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제 곧 나이 사십줄로 들어서는데 의미있는 길을 걷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가 연기 잘 하는 게 최선의 덕목 아닌가.
“정계의 386들이 부적절한 술자리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를 ‘386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연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과거 선배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극장이나 공연장 중 한두 곳은 클래식 공연처럼 정장이 아니면 입장을 못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배우들이 돈과 인기가 아니라 좋은 작품의 향기에 끌려다녀야 한다.”
―대학(동국대) 1년후배인 한석규와 당신을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석규는 후배이지만 한결같은 성실성에서 배울 점이 많은 배우다. 그 친구가 고기를 낚고 내가 매운탕을 끓이고. 우리 두사람에게는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쉬리’ 이후 한 작품에 출연하기를 꺼린다는 말도 나돌지만 그렇지 않다. 며칠 전에도 바로 이 장소에서 영화판에 돈은 넘치지만 좋은 시나리오는 적어졌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신혼 생활은 어떤가.
“두번째인데 신혼은 무슨(웃음)…. 나이 차이도 열 살이나 되고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밤낮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나도 한번 애 아빠가 되고 싶다. 오늘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 PC통신으로 축전을 띄웠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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