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영/인사청문회 최대한 공개해야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여야간에 대립하던 인사청문회 문제가 원만하게 절충되었다는 소식이다. 인사청문회를 위한 특위는 13명으로 구성하되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 각 6명과 자민련 의원 1명이 참여하며 위원장은 위원들의 호선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특위가 구성되면 10일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청문회는 2일간 실시한다고 한다.

▼질문분야 제한해선 안돼▼

특위의 활동 내용과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 기밀 누설, 사생활 침해, 수사 또는 기업 비밀 누설 등의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특위의 의결로 그 공개 범위를 정한다고 한다.

이처럼 국회가 고위 공직자 임명에 대한 동의 절차에서 반드시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한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실효성 있게 통제해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직무 능력을 미리 철저하게 검증함으로써 국정 수행의 민주성과 도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그 제도의 본질과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사청문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가 공개돼 국민이 모든 절차와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기밀 누설,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하는 비공개의 범위는 최소한에 국한해야 한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모든 중요한 문제점을 밝혀 국민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질문의 금기는 허용해서는 안된다.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사람은 이미 자발적으로 공적인 관심 영역으로 뛰어 들었기 때문에 사생활을 지나치게 강조할 입장에 있지 않다. 공적 인물에 대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을 선진국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둘째,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생활 철학 내지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실시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당리당략적인 정치 선전의 마당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 여당의 편파적인 비호 발언이나 야당의 악의적인 인신 공격 등은 인사청문회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질문하는 사람이나 답변하는 사람이나 국민을 위해서 그리고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어떤 결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기간은 사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사청문회를 규정하는 국회법은 인사 청문의 대상 공직자를 국회의 임명 동의를 필요로 하는 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 결과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경우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나머지 6인의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관위원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상 공직자 확대 필요▼

그러나 같은 헌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누구는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다면 신분적인 동질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관위원은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선출하도록 인사청문회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에 더하여 논란이 있었던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장도 앞으로 인사청문회의 대상 공직자로 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당리당략적인 편파 인사를 척결하고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 헌정 사상 처음 제도적으로 실시하는 인사청문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사청문 특위위원의 선정에서부터 준비 과정 및 청문회의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를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인사청문회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철저히 검증된 고위 공직자에 의해서 능률적으로 국정이 운영될 때 우리 나라도 정치적인 선진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영(연세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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