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련 행사〓주일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에서 열린 한국관련 각종 문화행사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나 늘었다.
5개월간 개최된 문화행사를 분야별로 보면 △전시회 27건(전년 동기 17건) △영화 16건(7건) △무대예술(오페라 콘서트 발레 음악회 무용 등) 23건(5건) △전통예술 6건(5건) △기타(심포지엄 출판기념회 사업설명회 등) 16건(6건) 등으로 전통예술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크게 늘었다.
▽최근 공연 특징〓최근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문화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제까지와 달리 제대로 '대접'을 받으면서 공연을 한다는 점. 예전의 행사는 재일교포를 위한 위문공연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관련 경비는 대개 한국측이 부담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공연기획 자체가 일본관객동원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값을 받고 표를 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쉬리'. 쉬리는 4월 초 100만명 관객을 돌파하는 등 일본 내 한국 문화붐을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1월에 공연된 퍼포먼스 '난타'도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 인기를 얻었다. 대중공연 외에 고급문화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와 김영미 등이 출연한 공연의 입장권은 매진됐다.
공연물이 대형화되는 것도 한 특징. 예전에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적은 인원이 작은 공연장에서 짧은 기간에 공연을 하는 것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립국악원이 단원 40명을 데리고 와서 공연하는 등 '한국문화의 진수'를 원형 그대로 보여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오페라 '명성황후'나 '황진이' 등 대형창작물의 일본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한일합작 경향도 두드러진다. 한일문화교류회의는 한국작품을 일본배우가 공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MBC 프로덕션과 일본 TBS TV는 드라마를 공동제작해 2002년 봄 한일 양국에서 동시 방영키로 했다. 이장호감독은 한일 합작으로 '축구이야기 3부작'을 만들고 있다. ▽배경〓월드컵 공동개최가 일등공신이다. 대부분의 공연단체나 개인은 '월드컵 공동개최기념'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이나 전시를 하려 한다. 관객동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18만명으로 하와이를 누르고 해외여행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한국 음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식품업체는 최근 김치 라면 비빔밥 갈비 등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TV방송사는 앞다투어 한국 여행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한국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적극 추진한 것도 한국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을 더욱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 TV에는 한국영화전문채널(K막스)과 한국음악전문채널(m.net저팬)이 등장했다.
▼"우리 문화 세일즈 너무 너무 신나요"▼
김종문(金鍾文)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최근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각종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초청이 부쩍 늘었다. 원고청탁과 인터뷰 요청도 마찬가지다. 문화뿐만 아니라 스포츠 청소년관련 사업도 전담하고 있어 몹시 바쁘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은 가장 먼저 문화와 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은 고달프지만 문화원장으로서는 가장 보람있는 시기에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원장은 이제는 문화원장도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소개할 만한 한국 영화나 공연 전시회 등은 꼭 입장권을 확보해 일본의 주요 인사들에게 보내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이 한국문화의 가치를 알아주고 좋아하는 팬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한국관련 행사장에 참석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하루 저녁에 행사장 4, 5곳을 돌기도 한다. 문화원장이 참석하는 한국관련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일본인들의 신뢰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화원장 직함이 판촉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의 꿈은 아파트를 개조해서 쓰고 있는 도쿄(東京)의 주일한국문화원을 한국풍 새 건물을 지어 옮기는 것이다. 직원도 한 명 정도 늘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