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여성들은 핸드백을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 들고 다니는게 유행이다. 립스틱과 크레디트 카드 정도를 넣을 수 있는 조그만 백과 이것저것 다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가방을 함께.
이에 따라 ‘토즈’ ‘램버슨 트루엑스’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언니 백’과 ‘동생 백’으로 이뤄진 핸드백 세트를 다투어 내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최근 보도했다.
“작은 백은 패션과 사교목적으로, 큰 가방은 실용적 목적에 따라 들고 다니는 거죠.” 램버슨 트루엑스사의 리차드 램버슨이 하는 말.
커리어우먼이라면 큰 가방이 아무리 멋없어 보이더라도 외면할 수는 없다. 중요한 서류와 자료, 책들은 가방에 넣고 다녀야하기 때문. 품격있는 서류가방은 프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다움과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뉴욕의 미술상 프랜시스 베티 아들러는 “매일 커다란 갈색 가방을 들고 출근할 땐 내 자신이 당나귀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했다. 어쩌다 작은 핸드백만 들고 나서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다는 얘기. 게다가 더 세련되고 섹시하게 보인다는 이유말고도 작은 가방을 ‘높은 신분의 상징물’로 여기는 여성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결국 여성미와 프로의식을 둘다 추구하기 위해 큰백과 작은백을 동시에 들고다니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 셈.
그러나 ‘핸드백:스타일 사전’이란 책을 쓴 레어드 보렐리는 “자수도구와 손수건 정도만 자기가 지닌 채 나머지는 모두 하인들에게 들게 하던 중세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커리어우먼의 한 쪽은 귀부인, 나머지 반쪽은 하인이 아닐까?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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