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동해에 솟은 ‘진주 한알’ 울릉도

  • 입력 2000년 6월 14일 18시 51분


<<동해 한 점 섬 울릉도. 가야 할 이유가 너무도 분명한 아름다운 화산섬이다. 그러나 정작 울릉군 주민은 섬을 뜬다. 오징어잡이도 신통찮고 천궁(약초)도 중국산에 밀려 섬생활이 점차 각박해진 탓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관광산업. 산과 바다, 숲과 섬이 두루 갖춰진 천혜의 관광지 울릉도를 밟아 보자. 뭍사람 발걸음에 섬경제가 되살아난다.>>

잉크색 바다, 스카이블루빛 하늘. 수평선에 눈이 베일까 살며시 눈을 감는다. 6월 울릉도의 바닷바람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한여름처럼 습기도 없고 또 봄처럼 한기도 없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시원한 이 바람. 목덜미를 애무하고 귓불을 간지른다.

‘흐∼음.’ 바다내음 상큼한 공기를 배가 홀쭉해 지도록 들이마신다. 날숨에 폐부 깊숙이 쌓여 있던 공해찌꺼기가 몽땅 빨려 나가는 것 같다. 청명한 하늘, 싱그러운 바람, 온몸을 어루만지는 강렬한 햇볕, 해안절벽에서 쉼없이 부서지는 파도소리. 이것만으로도 울릉도에서는 행복해진다.

아침 6시반. 동해를 박차고 떠오른 해는 더 이상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이 즈음 저동항 수협공판장의 소음도 최고조에 달한다. 경매끝난 어물의 배를 따는 아줌마의 억센 경상도사투리, 생선상자 싣고 떠나는 화물차 엔진소리, 물건 흥정소리 등등…. 듣고 보고만 있어도 삶에 대한 의욕이 샘솟는다.

울릉도 갈매기도 사람처럼 역시 두 종류다. 부지런한 놈과 게으른 놈. 부지런한 놈은 저동항을 기웃거리다 뱃전의 선원이 내친 생선으로 배를 채우지만 게으른 놈은 주린 배를 채우려 유람선 뒤를 쫓는다. 관광객이 던져 주는 새우깡이며 건빵을 받아 먹기 위해서다. 배 위를 뒤덮는 수백마리의 갈매기 날개짓과 울음소리로 고요했던 아침바다는 소란에 휩싸인다.

도동항을 떠나 시계방향으로 섬을 도는 유람선은 울릉항 신축공사가 한창인 사동을 지나 섬 최남단 가두봉을 돌았다. 거북바위며 향나무가 숲을 이룬 절벽이 아름다운 통구미, 투구바위 비파산(이상 남양)을 지나 학포에 이르면 기암괴석해안 만물상이 보인다. 아치형의 바위(자연동굴)를 통과, 동단의 대풍령을 돌면 유람선은 현포∼평리∼추산∼천부∼죽암으로 이어지는 북부해안을 달린다. 석포에서 관음도를 지나 울릉도와 죽도 사이 바다를 통과하는 해안 북동부의 바다풍경은 거제 해금강에 비길 바 아니다. 41㎞ 섬일주 해상유람(2시간반 소요)은 시시각각 눈앞에 다가오는 순수한 자연의 모습으로 지루하지가 않다.

성인봉은 가파른 산길로 세시간 이상 올라야 하는 힘든 곳. 그러나 울릉도의 자랑거리인 원시림을 체험할 수 있어 욕심낼 만하다. 가파른 절벽가 산길과 낭만적인 해안도로가 교차하는 도로여행(6시간 코스)도 좋다. 산길은 급경사에 높은 고개로 관광차량(12인승 승합차와 갤로퍼 택시가 주종)의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는 거의 두세달에 한 번씩 교체한다고 한다. 절벽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운전기술도 자랑거리다. 40도 경사의 태하령에는 ‘청룡열차코스’라고 불리는 급경사구간이 2개나 있다.

망향봉 케이블카로 오르는 ‘독도전망대’(해발 495m)도 빼놓을 수 없는 곳. 동틀녘 해맞이도 좋고 맑은 날 독도 바라보기도 좋지만 압권은 오징어잡이어선의 집어등으로 수놓인 아름다운 밤바다 감상. 이름하여 ‘울릉도 어화(漁火)’다. 케이블카역에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자료가 전시된 ‘독도박물관’도 있다.

<울릉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북면 '추산일가'▲

울릉도에도 고급민박이라 할 수 있는 펜션(Pension)이 생겼다. 송곳산(추산·錐山) 바로 아래,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솟은 구멍바위(공암·孔巖)가 마치 정원석처럼 내려다보이는 북면 해안절벽 위의 ‘추산일가(錐山逸家)’가 그 곳. 좌우에 송곳산과 천부항이, 정면에 푸른 동해가 180도 각도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치도 경치지만 나리분지 외 거의가 비탈지형인 울릉도에 이렇게 반듯한 평지가 있다는 것도 놀랍다.

주인은 울릉도 거주 4대째인 토박이 최영근씨(46). 대처에서 사업을 하다 8년전 남매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귀향, 추산일가를 가꿔왔다. “현재 방이 9개뿐이어서 아는 사람들만 주로 다녀갔는데 올여름에는 15평짜리 투막집콘도 5채와 절벽식당이 오픈돼 앞으로는 찾는 사람도 늘 것 같습니다.”

최씨는 요즘 투막집 짓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추산일가만큼 울릉도의 자연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숙소도 없는 듯 하다. 해질녘 낙조는 집앞에서 보고 고추냉이(와사비)가 자생하고 온천이 샘솟는 청정계곡은 산보코스다. 자동차로 잠깐이면 나리분지에 이르고 성인봉을 한두시간만에 오르는 등산로도 예서 그리 멀지 않다. 올 여름 해안절벽 위 식당이 완공(7월 15일경)되면 앞바다에서 잠수부가 건져온 성게를 까서 꺼낸 알로 만드는 성게알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가는길▼

도로(35㎞)〓도동∼통구미∼학포∼태하령∼현포 △선박〓도동∼섬목. 섬목∼추산은 버스로 10분거리. 투숙객은 섬목에서 직접 영접한다.

▼시설 및 이용료▼

4인기준 방 한칸당 1박에 5만원(성수기 기준). 야외풀, 샤워룸, 취사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7, 8월 예약률은 80% 가량. 예약 0566-791-7788

▼레저활동▼

△다이빙숍〓‘추산다이브리조트’가 추산일가에 있다. 체험다이빙(5만원)은 물론 허니문 수중촬영(추가 10만원)도 해준다. 장비일체 완비. 정만수씨 0566-791-6305 △낚시〓흑돔 아지가 주로 낚이는 들낚시(항구 포구)는 장비 미끼를 포함해 5000원. 7∼10월에 배를타고 나가는 방어낚시는 1인당 3만원.

▼여행상품▼

△대아여행사(02-514-6766)〓묵호항(동해시), 포항~울릉도 선편을 이용하는 두 종류가 있다. 출발은 서울. 서울~포항 심야버스(무박) 이용 △승우여행사(02-720-8311)〓서울→묵호항 심야버스, 묵호항→서울 열차(무궁화호) 이용. 성인봉에도 오른다.

※지상교통비, 승선료, 전일정 숙박 및 식사, 섬일주유람선 및 육로관광 포함.

▼정보구하기▼

울릉도 여객선 입출항은 묵호(동해시) 후포(울진군) 포항 세 곳. 서울~포항선착장 심야버스는 매일 운행. 문의 대아여행사 02-514-6766

울릉도 패키지 여행상품

여행사

출발

운항
소요시간

일정

가격
(원·4,5인1실)

전화(02)

코스(울릉도 2박 공통)

날짜

입출항

대아

매일

묵호

3시간

2박4일
(버스무박)

21만7000

514-6766

서울~묵호항~울릉도~서울

26만

서울~포항~울릉도~
서울

포항

21만5000

720-8311

서울~묵호항~울릉도~동해 두타산 무릉계곡~열차~청량리역

승우

7월14일
8월 3, 12일

묵호

<울릉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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