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여성암을 아는데 남성은 ‘남성암’을 모른다.
남성암은 좁게는 남성 만이 걸리는 전립선암 고환암 음경암 등을 가리키고 넓게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이 걸리는 방광암 신장암 등도 포함한다.
남성이 남성암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영국의 BBC뉴스는 남성의 35%가 유방암에 대해선 소상하게 알고 있지만 대표적 남성암인 전립선암에 대해 알고 있는 남성은 25%에 불과했다는 암연구기구(ICR)의 조사결과를 보도. 특히 남성의 71%는 전립선암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이름만 들어봤다고 대답했다.
아무튼 남성들이 알든 모르든 국내 남성암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전국 46개 종합병원을 조사한 결과 전립선암 환자는 90년대 전반기(90∼94년)에 비해 후반기(95∼99년)에 3배, 방광암 환자는 2배 늘었고 고환 음경 신장암 환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만의 암▼
전립선암은 미국과 유럽 남성에게서 가장 많이 생기는 암이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대통령, 중국의 덩샤우핑, 미국의 밥 돌 상원의원 등이 이 병에 걸렸고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 병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과의 선거전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또 북한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우리나라의 김동영의원 등도 희생자였다.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치 않다. 미국에선 흑인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유전적 요인을 의심하지만 일본에선 하와이의 일본인이 본토의 일본인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린다며 음식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90% 정도가 말기에 발견돼 고통 속에서 숨진다. 65세 이상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50대 이후에 일종의 혈액검사인 PSA검사를 통해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로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수술 뒤 발기부전 발기불능 요실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병이 악화되면 암세포가 뼈와 림프절로 번져 통증이 생기고 다리가 마비되기도 한다.
이때엔 호르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립선암이 남성호르몬을 먹고 자라기 때문. 음낭을 절제해 고환을 제거하거나 남성호르몬의 양을 줄이는 주사를 한 달 한 번씩 배나 엉덩이에 맞아야 한다.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줄이는 약을 먹기도 한다.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 등도 받지만 완치될 확률은 낮다. 완치되어도 남성으로서의 존재가치는 잃어버리기 쉽다.
고환암은 백인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많이 생긴다. 어릴적 ‘짝불알’(잠복고환 또는 고환위축)인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고환제거술 방사선치료 복합항암화학요법 등으로 고치며 초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고칠 수 있다.
음경암은 음경의 피부, 주로 귀두에서 생기며 해면체나 요도로 번져간다. 최근 자궁암의 원인인 사마귀바이러스(HPV)가 이 병과 관련있다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음경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이나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고친다.
▼남성에게 많은 암▼
우리나라 비뇨생식기암 중엔 방광암이 가장 많다.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이 암에 걸리거나 재발할 확률과 치료 뒤 5년 이내 이 암으로 숨질 확률이 3배 이상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일부 염색약과 진통제도 원인. 환자들이 초기에 혈뇨에 ‘뜨끔’ 놀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절제경을 요도에 넣어 암 부위를 잘라 고치는데 재발률이 50∼85%로 높아 환자들이 잇단 수술로 괴로워한다.
신장암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이 걸린다. 흡연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혈뇨와 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수술과 방사선치료로 고친다.
한편 여성에 비해 환자가 1% 정도 밖에 안되지만 남성도 유방암에 걸린다. 평균 연령은 59세 정도이며 환자의 75% 이상이 젖꼭지 주위에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져 유방의 바깥쪽에 주로 종양이 나타나는 여성 유방암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수술과 방사선요법으로 치료. (도움말〓고려대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이규성교수)
<이성주기자> tein3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