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중견기업 잇단 부도설…기관-외국인 "팔자"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신나는 축제가 끝나자 답답한 현실이 눈앞을 탁 가로 막았다.’

반세기만의 대축제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음에도 정작 투자자들은 자금시장의 불안양상이 깊어지는데 신경을 더 썼다. 15일 주식시장의 폭락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48.32포인트(5.89%) 급락한 770.95를 기록,770선을 겨우 지켰으며 코스닥지수도 11.34포인트(7.32%) 폭락하면서 143.42로 주저앉았다.

가장 큰 악재는 자금난이다. 중견그룹의 부도설까지 가세했다. 실제로 올 연말까지 돌아올 30조원의 회사채 만기물량의 차환발행이 불투명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중견기업의 부도설이 주가를 사정없이 끌어내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날 전해진 4개 상호신용금고의 영업정지와 △대우 담보 CP 정산에 따른 투신 및 증권사의 추가손실 부담 △종금사의 자금악화설은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 재료를 가리기에 충분했다는 것.

일부 기업의 부도설과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향후 장세가 불투명해지자 이 여파는 곧바로 선물시장에 전해져 9월물 선물가격이 개장초 5% 이상 급락했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10분경 선물과 옵션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즈가 발동됐다. 선물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즈가 발동된 것은 올들어 처음.

김경신 리젠트증권 이사는 “선물이 급락하면서 컴퓨터에 연결된 프로그램 매도물량(1100억원 가량)이 지수관련 대형주 중심으로 쏟아져 현물지수(종합주가지수)를 사정없이 잡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또 현 장세의 최대매수세력인 외국인들이 후장 중반까지 순매도를 보인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 한마디로 매물은 나오는데 주식을 사줄만한 세력이 고갈됐다는 것.

최남철 마이애셋상무는 “기관들은 팔기만하고,개인들은 지수반전에 별 도움이 안되는 저가주만 사고, 그나마 버팀목이던 외국인들이 매수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순매도하고 있어 수급이 다시 꼬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시장 불안으로 하락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외국인이 다시 큰폭으로 순매수하지 않는한 상황반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이사는 “이달이 고비”라며 “투신을 포함한 금융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금융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될 경우 추세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기고]이럴때 투자전략은?▼

종합주가지수 800선은 향후 장세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800선을 지킨다면 우리 증시가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시장충격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전략은 다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이번 하락폭이 깊어 800선 회복이 어려울 경우엔 최대한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구조조정 추이를 지켜보면서 바닥을 찍었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관망하라는 얘기다.

둘째 750선 안팎에서 반등에 성공, 800선을 뚫을 경우엔 전고점(850선대)돌파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락추세에서 비로소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엔 750선 안팎에서 분할매수하는 적극적인 매수전략이 필요하다. 매수종목은 남북 당국자간 실무자회의가 진전되면서 수면위로 부상할 남북경협주, 실적개선에도 불구 단기하락폭이 큰 저가대형우량주, 금융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쥘 우량은행주가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한국통신 포철 한전 등 공기업주식과 SK텔레콤 한통프리텔 등 IMT2000사업자 선정 관련주, 지주회사 성격을 갖는 SK 삼성물산 LG전자도 관심목록에 둘 수 있다. 향후 장세 향배와 관련, 후자쪽(800선 회복)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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