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싫어했던 대만 야당 민진당의 총통후보 천수이볜(陳水扁)이 3월 선거에서 승리한 뒤 양안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대만 정부는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아직까지는 대화제의를 일축하고 있으나 앞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변화의 조짐〓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16일 “남북한 정상회담은 화해의 시대를 연 것”이라며 “중국과 대만이 악수를 하는 것도 단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13일 “남북정상회담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은 대만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이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40여년간 설치해놓은 진먼(金門)도 해안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11일 시작한 것도 대만의 태도 변화와 관계 깊다.
그러나 주방짜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수석대변인은 13일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중국은 대만 지도자와 회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견해차〓민진당의 강령은 ‘대만 독립’이나 이를 공표하면 당장 중국과의 전쟁 위기를 맞는다.
이 때문에 천수이볜은 취임 이후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지 않은 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공존 방안을 모색해왔다.
탕페이(唐飛) 대만 행정원장이 6개월내에 ‘소(小)3통’을 실시하겠다고 11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소3통’은 중국과 대만간의 직접교역(통상·通商) 수송(통항·通航) 서신왕래(통우·通郵) 등 전면적인 ‘3통’에 앞서 진먼 마쭈(馬祖) 펑후(澎湖) 등 대만의 전방지역 3개 섬과 중국 연해 도시간 접촉을 먼저 허용하는 것이다.
대만 행정원은 안보문제 등을 들어 이제까지 거부해왔으나 천총통은 당선 직후 올해내로 3통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국가와 1개 성(省)의 관계로 남북한과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방짜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남북정상회담은 중국 대만간 문제 해결의 모델이 아니며 미국은 내정문제인 양안관계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최근 F16 전투기의 성능향상을 위한 군수품을 대만에 판매한데 대해 “이같은 그릇된 행동은 미중간 협약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자 중국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전망〓대만 영자일간지 차이나포스트는 최근 사설을 통해 양안 정상회담에 낙관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어느 쪽도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상대방에 강요하지 않은 채 대등한 바탕 위에서 만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DPA 통신은 13일 남북한 정상회담의 밑바탕에 자리한 대등성(對等性)이 대만과 중국간에는 결여돼있다며 양안 정상회담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170여개국이 중국을 승인한 반면 대만 승인국은 29개국뿐이며 대만은 면적과 인구면에서 중국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내 중국의 비중을 감안할 때 양안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는 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이 많다. 민간차원의 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 방안이 ‘3통 허용 문제’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양안관계 주요 발언록▼
3.18 중국 "대만의 총통당선자 언행을 지켜보겠다"
3.20 천당선자 "중국이 대만을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면 '하나의 중국'을 의제로 회담할 용의있다" 중국 "'하나의 중국'은 회담의제가 아닌 회담의 전제다"
4.15천당선자 "양안관계는 문화와 핏줄이 같은 형제자매 관계"5.20천총통 "중국이 무력사용을 포기하면 독립선언이나 국호변경을 하지 않겠다" 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 위에 고위층 상호방문을 실현하자"
5.21천총통 '3통' 실현을 위해 협상 가능성 제시
6.11대만, 진먼도 해안 지뢰 철거 시작
6.13대만 대륙위원회 "남북정상회담은 양안문제 해결의 모델" 중국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
6.16천총통 "중국과 대만이 악수를 하는 것도 단지 시간 문제일 것"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