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예쁜 얼굴을 가득히 클로즈업한 음반 표지가 문제였다.
“음, 그렇고 그런 어린 기타리스트가 달착지근한 소품 몇 개를 모아놓은 모양이군. 그런 음반이야 귀찮을 정도로 많지….” 그러나 한달 뒤 음반을 뒤적이던 기자는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한 장은 스타를라티와 바흐 헨델 등의 바로크곡을 모아놓은 음반, 또하나는 로드리고의 소나타 등을 모은 음반. 예상 외로 다룬 레퍼토리가 진지했던 것이다.
정작 실수를 깨달은 것은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고 나서였다. 로드리고의 ‘소나타 지오코사’에서 그는 젊은 연주자답지 않게 폭발적인 힘과 균질한 핑거링(손가락놀림)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바흐의 유명한 ‘미뉴엣’에서도 그의 몸은 기타에 붙어있는 것 같았다. 재료를 잘 맞춰 사포질을 한 뒤 정성껏 도료를 바른 것처럼 말끔한 연주였다.
그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30일 8시. 빌라 로보스의 전주곡 1번, 영화 ‘디어 헌터’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마이어스의 ‘카바티나’등 10여 곡을 연주한다.
가오리는 1978년생. 두 살때부터 기타로 소리내기를 시작했으니 ‘기타가 몸에 붙은 느낌’도 무리가 아니다. 열네 살 때 데뷔앨범 ‘에스프레시보’를 내고 레오 브라우어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최연소 수상하는 등 천재성을 과시했다.
그의 이력 중에서도 ‘아랑후에즈 협주곡’의 작곡자 로드리고와 그의 인연은 널리 알려져있다.
로드리고의 작품을 모은 가오리의 음반 ‘파스토랄레’(전원)를 들은 로드리고는 “강렬한 테크닉과 감수성이 깃든 연주에 감동했다”는 편지를 가오리에게 보냈고, 가오리는 로드리고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97세의 고령과 감기에도 불구하고 로드리고는 정장을 갖춰입은 채 그를 맞았다.
일본에서 현재까지 발매된 그의 음반 5장은 모두 발매되자 마자 클래식 베스트 1위를 친다. TV프로그램과 CF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실제로 탄산음료 CF에 나와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일화보다 중요한 것은, ‘한번 직접 들어보라’는 권유다. 2만∼4만원. 02-598-827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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