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추천 새책]'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 입력 2000년 6월 20일 16시 49분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이주향 지음/명진출판 펴냄/240쪽 8700원▼

‘맹목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사랑은 신성한 일이기까지 하다. 이미 고전이 된 만화 ‘발바리의 추억’의 주인공 달호,

그는 지조 없는 삶을 통해 분명히 배웠다. 몰입이란 아무하고나 되는 게 아니라고!’

‘신세대 문화 철학자’ 이주향(37·수원대교수)이 만화를 논한다.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에서부터 ‘아르미안의 네딸들’의 샤리에 이르는 여러 주인공들을 불러내면서 ‘행간’ 아닌 ‘컷간(間)’에 숨은 인생관과 심층의식, 문화적 기호들의 의미를 탐구한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요? 80년대 이후 깊이있는 인생관과

철학을 담은 만화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데요. 어떤 ‘장르’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깊이있는 시각을 담았느냐가 문제일 뿐이지요.”

그가 만화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스승 정대현(이화여대 철학과 교수)과의 인연때문.

“1998년이었던가요, 선생님께서 앞으로는 영상시대의 ‘표현’을 화두로 철학을 하시겠다면서, 당신이 영화를 다룰 테니까 저는 만화를 주제로 삼아보라고 권하셨죠. ‘느낌’이 왔어요.”

스승에게 그는 “같이 만화를 해 보시죠”라고 말했지만 스승은 “내 나이에 어떻게 그 많은 만화를 보겠어, 이 선생은 젊으니까 될 거 아니냐”고 말했다.

“틈나는 대로 만화를 보았어요. 느낌이 없는 만화는 안 읽고 건너뛰면 그만이죠.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생들을 보면서 ‘나는 누구를 닮았을까’ 하고 따져보는 것도 좋은 만화를 보는 기쁨이에요. 그런 삶의 느낌에 철학이 다가갈 수 없다면 무엇이 철학이겠어요?”

그는 “90년대 이후 프랑스를 시작으로 ‘문화철학’이 철학계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며 “문화가 21세기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 만큼, 다양한 문화현상을 분석하는 데 철학의 쓰임새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윤종<동아일보 문화부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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