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 문제가 처음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만 해도 GM이 독주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포드가 대우차 근로자들에 대한 ‘구애’까지 하고 나서면서 맹추격에 나서고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 확실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업체들은 인수가격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내놓기 위해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대우차 매각협상은 현정부 출범 후 해외에 팔려나간 다른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비교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GM 등 인수희망업체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대우차 매각협상과 관련해 정부당국과 대우차 채권은행단의 태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구체적 조건을 거의 무시하고 조기매각에만 집착하는 듯했던 과거와 달리 시간 여유를 갖고 충분히 조건을 따져보는 신중한 자세가 눈에 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얼마 전 사석에서 “대우차 매각은 제일은행 등의 매각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협상대상업체를 복수로 선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아무리 경제에 국경이 없어진 시대라고는 하지만 국내기업이 해외에 팔려나갈 때는 조건이 유리할수록 바람직하다. 대우차 매각협상이 기업매각의 새로운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순활<경제부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