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심사 구멍?…기업 영업양도 뒤늦게 발견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코스닥위원회가 등록예비심사청구서에 영업양도사실을 빼놓고 심사받은 기업을 통과시켰다가 뒤늦게 누락사실을 발견하고 승인을 취소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만약 코스닥시장에 진입했다면 투자자들이 중요한 사업변동을 모른채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등록업체에 대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얘기다.

▼메리디안측 "실수" 주장▼

5월 10일 코스닥위원회를 통과한 메리디안은 작년 8월 메디코아를 분사하면서 적외선체열진단기 등을 파는 15억원상당의 판매권을 넘겼다. 이는 작년 매출액의 25%에 해당한다. 메리디안은 메디슨이 최대주주(지분 46%정도)인 한방 의료기기제조업체.

▽단순 실수 주장〓메리디안은 당초 증권업협회에 낸 심사청구서에 영업권 양도사실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낸 유가증권신고서에는 양도사실을 적었다. 금감원이 협회에 연락, 누락사실을 발견한 것.

협회는 ‘기재누락’을 이유로 뒤늦게 승인을 취소시켰다. 메리디안측은 “협회 제출서류에는 빼고 유가증권신고서에는 넣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실무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빠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사청구서와 신고서는 양식과 기재항목이 거의 같다.

▽석연찮은 해명〓메리디안측은 “코스닥위를 통과한 이후 시장이 나빠져 공모가가 희망가 밑으로 평가돼 공모철회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럴 때 승인이 취소되자 ‘울고 싶었는데 뺨맞은 셈’으로 불만이 없다는 것.

▼주간사도 까맣게 몰라▼

메리디안은 코스닥시장에 들어오려면 다시 서류를 갖춰 협회에 내야 한다. 재심의를 받기 때문에 심사를 청구할 경우 빠르면 7월 12일에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메리디안측은 “올해 안에 재심사를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사 시스템에 허점〓협회측은 업체가 낸 심사청구서를 믿기 때문에 허위기재나 누락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체 대표와 주간사증권사 사장이 ‘제출서류에는 허위가 없다’는 확인서를 함께 낸다는 것.

▼제재수단 없어 대책 시급▼

메리디안 주간증권사인 현대증권측도 “발행사가 작성한 서류에 양도건이 빠진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거에 심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코스닥위를 통과한 기업이 있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주요 경영사항을 거짓으로 적거나 빼먹을 경우 해당 업체나 주간사증권사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주요 경영사항으로 증권업협회와 주간증권사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경우 투자위험만 커지게 되는 것.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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