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놀이동산 북새통…'공포 쾌감' 줄이어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35분


그냥 ‘놀이’는 싫다. 좀더 짜릿한 자극을, 죽음같은 고난도 스릴을!

“예정된 공포, 시시각각 스케줄이 잡혀있는 공포라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잖아요. 아찔함과 후련함이 교차되는 그 미묘한 쾌감이 좋은거죠.”

20일 용인 에버랜드. 기말고사가 끝나 친구들과 찾았다는 안진용군(20·서강대 신방2)은 ‘바이킹’이란 옛이름으로 더 유명한 ‘콜럼버스 대탐험’의 제일 끝자리를 고수했다. ‘공포의 쾌감’때문.

직원 한현우씨(29)도 “요즘은 손님들이 무조건 맨끝자리에 앉으려 한다”며 “단순히 즐기는 게 아니라 숫제 ‘갈 때까지 안가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거든다.

요즘 놀이동산은 북새통이다. 그것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로. 평일에도 놀이기구를 2바퀴 이상 휘감을 만큼 탑승순서를 기다리는 줄은 길다. 이같은 ‘시간 투자’로 인해 공포와 스릴의 댓가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떨어지고 싶다▼

자유낙하의 쾌감을 생생히 전달한다는 서울랜드의 ‘샷드롭’ ‘스카이엑스’ 와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 타원으로 둘러앉아 50m 높이를 70∼90km의 속도로 번지점프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기구들이다.

이 중 ‘스카이엑스’는 ‘50m 그네’라는 별칭이 붙었을 만큼 자유낙하에다 포물선 운동까지 가미한 신개념 공포수단이다. ‘자이로드롭’은 1998년 4월 기구가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550만명의 탑승객을 실어내 놀이공원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샷드롭’과 ‘스카이엑스’도 4월과 5월 설치된 이래 벌써 15∼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전문용어로 ‘G(gravity·중력가속도)’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서울랜드의 홍보부의 오은경씨 설명. 롤러코스터나 바이킹류가 3G(평소에 느끼는 중력의 3배) 정도인데 비해 최근에 유행하는 자유낙하 기구들은 최고 5G까지 나온다. 공포의 한계를 갈수록 높여가는 추세다. 보통사람들의 ‘인내의 한계’에 해당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공포수준.

특수 훈련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11G까지 견디기도 하지만 그러다 안면이 일그러지거나 각막에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왜 떨어지려 하나▼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임상심리 전공)는 “떨어지는데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감각추구성향이 갈수록 극한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떨어진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했던 예전과 달리 ‘삶’을 위한 쾌감을 조성하는 새로운 도구로써 존재한다는 것.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지만 보호시설에 묶여있는 탓에 ‘죽음’은 가정돼 있지 않으므로 공포는 고스란히 쾌감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화평론가 하헌준씨는 한발 더 나아가 공포를 흡수하는데도 세탁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일상적인 것보다는 새로운 것, 안전한 것 보다는 위험한 것, 익숙한 곳보다는 낯선 곳을 선호사는 사람들이 이런 현상일탈을 위한 공포를 강하게 흡수합니다. N세대, 현대인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지는 거죠. 놀이공원마다 공포의 강도를 높여가는 것도 이같은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놀이기구의 과학▼

롤러코스터는 중력으로만 움직인다?

360도 회전과 아슬아슬한 공포 곡예가 반복되는 에버랜드의 대표적 롤러코스터 ‘환상특급’. 2km의 레일을 불과 20초 남짓한 시간에 다 돌아버릴 정도로 굉장한 스피드를 낸다.

그러나 엔진이 있는 것도, 어떤 기계의 힘으로 달리는 것도 아니다. 맨 꼭대기까지만 기차를 올려놓으면 다음부터는 순전히 중력의 힘만으로 순식간에 회전과 나선운동을 펼치는 것.

놀이동산의 대표적인 기구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 ‘가자! 에버랜드’(파란자전거 간)는 이처럼 놀이기구 들을 타며 느껴봄직한 궁금증을 자세히 풀이하고 있다.

또 다른 롤러코스터 ‘독수리 요새’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제일 많이 지르는 곳은 어딜까. 열차가 밑으로 갑자기 푹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순간속도 85km를 뿜어내 1초에 24m를 질주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사람들은 빠른 속도는 잘 못느끼지만 속도의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

‘콜롬버스 대탐험’의 경우 양쪽 끝자리가 올라갔다 떨어질 때 생기는 가속력이 제일 센 탓에 가장 무서우면서 동시에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꼽힌다.

범퍼카가 움직이는 원리는? 전기다. 차에 달린 긴 안테나가 천장과 맞닿으며 약간의 스파크를 낸다. 바닥과 천장을 동시에 부딪치면 전류가 통할 수 있지만 손이 안닿을테니 그런 염려는 말도록.

그러나 알루미늄 줄이 달린 풍선을 가졌다면 부디 조심을. 진행요원들이 체크를 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그럴리는 없지만 풍선 끝이 천장에 닿는다면 어마어마한 전기 쇼크를 받게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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