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를 계기로 본격화된 이 논쟁은 방북을 앞둔 김대중대통령의 ‘전향적 검토’ 발언을 계기로 대세가 실시 쪽으로 기울었으며 22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힘으로써 기정사실화된 느낌이다.
이번에 경총이 제시한 유급휴가일의 폐지와 근로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등 7개항의 전제조건은 그것이 객관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경영자측에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또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박 근거들도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제도의 도입에 신중한 검토과정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처럼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협상 당사자들은 당장의 이익개념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들기 보다 장기적인 경제적 득실을 논의의 전제로 삼아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 제도 도입의 준거라면 거꾸로 논의과정에서 양측이 감정적으로 대립해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권이 인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자신들의 논리만으로 이 제도의 방향과 방법을 재단하려 든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할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실시시점 또한 조심스럽게 선택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경제상황이다. 일본 같은 선진국이 88년부터 11년간의 경과기간을 거쳐 작년에야 전 사업장에서 주 40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것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이다.
협상 당사자들은 물론 노사라는 경제주체들이지만 이 제도가 몰고 올 사회적 문화적 대변혁을 고려해 주 5일 근무제를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보거나 노사 현안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제도의 수용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범정부차원의 면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실시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주 5일 근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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