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있는 개들은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큰 개, 작은 개, 마른 개, 점박이, 털이 흰 개들. 모두 코를 킁킁 거리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사람들이 돌아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밤은 ‘개들을 위한 밤’이기 때문입니다. 일 년에 단 한 번, 아주 비밀스럽고 특별한 밤이 시작되거든요….
자, 이제 그림 속의 개들이 외출을 시작합니다. 군인들의 개, 왕실의 개, 무릎 위에 앉아있는 애완용 개, 그리고 사냥개까지.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요. 그림 속에 있는 개들이 걸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두 그림 밖으로 나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 거예요. 계단을 마음껏 오르내렸고 방 사이로 신나게 뛰어 다녔습니다. 미끄럼도 타고 장난도 치고. 일 년을 기다렸던 겁니다….
어느새 자정이 되었어요. 그림 속으로 돌아갈 시간. 하지만 개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졸음도 몰려왔구요. 개들은 여기저기 자신의 그림을 찾아 돌아다녔죠. 졸음 때문에 어떤 개는 넘어지고 어떤 개는 벽에 부딪히고. 어쨌든 하나둘씩, 개들은 그림 안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다음날, 한 관람객이 소리쳤습니다.
“그림 속의 개가 바뀌었어요.”
개가 바뀌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그림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고 그 미술관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시 개들을 위한 밤이 찾아왔어요. 자, 과연 이번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은이의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유아용 그림동화(초등학교 저학년 가능). 아이들의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을 계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동화의 무대는 영국 런던국립미술관. 그곳의 명화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도 이 책의 매력. 김남중 옮김. 32쪽, 7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