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속있는 청문회돼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늘부터 이틀간 열린다. 대통령이 행한 인사가 정당한지를 국회에서 토론 검증해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번 인사청문회가 갖는 의미는 크다.

대통령의 주요공직 임명에 있을지도 모를 독선 독주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견제하자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다. 공직 지명자가 법적 정치적 도덕적 하자는 없는지, 직위 수행에 부적합한 인물은 아닌지를 가려내 공직의 투명성과 대통령의 공정무사한 인사권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헌정 50여년 만에 모처럼 도입한 이 제도가 제대로 구실하려면 첫번째부터 말 그대로 실속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

우리는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진상규명 청문회가 소리만 요란한 채 여야 정쟁의 장(場)으로 변질되곤 한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옷로비 청문회’ 당시 의원들은 준비도 없이 호통만 치며 시간을 끌었고 증인들은 이를 비웃듯 거짓증언을 해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기도 했다.

특히 일부 여당의원들은 청와대와 대통령부인에 관한 야당의원들의 질문을 봉쇄하기 위해 꼴사나운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야당의원은 준비가 부족해 진상규명과는 동떨어진 질문을 하기도 하여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왔겠는가.

이번 청문회는 물론 과거와는 유형이 다르다. 총리로 지명된 이한동씨가 과연 그 직에 적합하냐, 부적합하냐를 가려내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의 언행에 비추어 이 나라의 국무총리를 할 만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검증해보고 된다, 안된다를 결정하는 자리이다. 그러려면 의원들은 그의 그동안의 행적과 언행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사실을 토대로 질문하고 의문점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의원들이 정파간 정치적 이해에 끌려 진실규명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허위사실로 공연한 흠집을 내려는 자세를 보여서도 곤란하다. TV로 생중계되는 이번 청문회는 총리지명자에 대한 판단자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가 과연 바르게 기능할 수 있는지 국민의 시험을 받는 자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도입된 인사청문회를 단순한 통과의례 정도로 격하시키느냐, 아니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를 만들어가는 관문으로 정착시키느냐가 이번 청문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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