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서리는 발언에서 자신의 성장과정과 지난 20년간의 정치역정, 그리고 국무총리로서 향후 국정을 이끌어나갈 철학과 소신에 대해 12분동안 공손하고 겸손된자세로 설명했다.
이 총리서리는 "우선 오늘 헌정사상 첫 공직후보자 인사 청문회에 나오게 돼 뜻깊게 생각하며, 특히 내가 첫 피청문인으로 나온데 대해 영광"이라면서 "성실하고 진솔하게 답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먼저 고교시절 1년반 동안 '꽁보리밥 두끼'로 학교를 다녔다는 일화, '덕필유린'(德必有隣.덕이 있으면 반드시 이웃이 있다)이라는 가훈까지 소개하며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고등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자신의 성장과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어 "20년 정치역정 동안 많은 정치적 파란속에 소신을 지키며 항상 '온고지신'의 자세로 살아왔으나, 험난하고 격동의 정치사에 한 개인이 원칙과 소신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야당의 '말바꾸기' '철새정치인' 공격을 염두에 둔 듯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데 대해 의원님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선(先) 사과'하며 야당의 공세에 대비했다.
또 그는 4.13 총선결과 국민이 공동정부의 출범책임을 물어 자민련을 야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고민을 거듭하다 국민정부를 공동탄생시키고 운영한 역사적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보고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말한 뒤 "국회의 임명동의를받으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서리는 경제구조개혁 신속 진행, 남북관계 개선, 국민화합 실현 등에 대한 각오를 재차 밝힌 뒤 '민생총리'로서, 또 분단의 벽을 넘는 역사적인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총리로서의 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인사말을 끝냈다.
이어 후보자 선서 등의 순서를 거쳐 이 총리서리에 대한 본격적인 의원들의 질의는 오전 10시30분께부터 시작됐다. 의원들은 이총리서리에 대해 '국무총리 이한동 후보자'로 호칭했으며, 이총리서리는 답변도중 간간이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긴장감을 추스렸다.
이에 앞서 이한동 총리서리는 오전 9시23분께 국회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과 오장섭(吳長燮) 총무 등 자민련 소속 의원들의 영접을 받은 뒤 청문회 개의때까지 본청 2층의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총리서리는 청문회장에 첫 출석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하죠.
잘 부탁해요"라고 언급한 뒤 '리허설은 했느냐'는 물음에 "리허설은 뭐. 리허설하면 최초의 청문회가 무색해지잖아"라며 느긋함을 보였다.
이총리서리는 이어 기자들을 물리친 뒤 30여분간 자민련 당직자, 총리실 직원등과 함께 청문회 답변내용을 최종 점검했다.
한편 총리실에서는 이택석(李澤錫) 비서실장과 안병우(安炳禹) 국무조정실장을비롯, 30여명의 국무총리실 소속 직원들이 나와 답변을 준비했으며 청문회장에는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자민련 오장섭(吳長燮) 총무를 비롯해 여야 의원 30여명이 나와 사상 첫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봤다.
청문회는 이어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갔으나 뚜렷한 근거나 증거가 없는 야당의추궁과 여당의 구원성 엄호가 반복되면서 다소 맥빠진 분위기속에 문답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주로 이 총리서리의 `말바꾸기'와 재산문제, 내무장관 시절 풍산금속 안강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검찰 재직당시의 `검은 10월단' 수사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재산증식 의혹에 대한 `해명기회'를 만들어 주는데 주력했고, 이따금 경제.안보.통일 등 정책분야에 대한 질의를 곁들여 총리로서의 국정업무수행능력 검증을 벌였다.
이 총리서리는 청문회 초반 한때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당초 예상보다 질의수준이 매섭지 않은 듯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첫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 의원이 여론 조사결과를 인용, 총리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며 사퇴용의를 묻기도 했지만, 이 총리서리는 "총리서리가 되어서 국정을 올바르게 수행할 경우 지지도가 바뀔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 총리서리는 또 민주당 설 훈(薛 勳) 의원으로부터 74년 땅을 집중 취득한 자금출처 질문을 받고서는 69년 법원을 나온 뒤 변호사 개업 6개월간의 과정을 설명하며 "당시에는 전관예우가 관행처럼 있었다"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비경제 총리'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총리로서 원론적인 경제지식이 필요하다면서 "대학교 3-4학년때 경제에 취미를 갖고 화폐금융론 강의를 열심히 들었고, 고등고시에서도 경제학을 선택했다"는 일화까지 소개했다.
그는 특히 자신과 부인 등 주변에 제기되는 재산증식 의혹에 대해서는 시간이없다는 의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할 말을 다했다.
낮 12시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 2시간의 점심시간 뒤에 오후 2시 속개된 청문회역시 특별한 논란없이 진행됐다.
오후 청문회에도 야당 의원들이 재산문제 등을 집중 추궁했지만, 이 총리서리는오전 답변 수준에서 간혹 "자세한 것은 몰랐다", "투기를 하려면 강남이나 분당으로갔지 휴전선 근처에 땅을 샀겠느냐"고 반문하며 적극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후 3시57분께 위원 12명의 본질의가 끝나고 당초 10분에서 5분이 줄어든 5분씩의 추가.보충질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를 오전부터 계속생중계하던 방송사들은 청문회 열기가 당초 예상보다 높지 않다고 판단, 4시 이후일제히 생방송 중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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