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카피레프트 운동의 창시자인 리차드 스톨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좋은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내가 좋은 프로그램을 친한 친구에게 복사해주는 것을 '해적질'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의해, 우리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어떠한 정보를 복사하거나, 멋 이웃에게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특성상 그 정보들은 무한정 복사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성과를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그렇게 하는 것을 '해적질'이라고 말하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우리를 감옥에 처넣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친구에게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 우리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제받아야 하는가? 이상하지 않은가?
2000년 5월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들은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에이즈의 약값을 대폭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그락소 웰컴은 16달러에서 2달러로 내린다고 하니, 그동안 얼마나 폭리를 취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약값을 내린 것은 제약회사들의 선의는 아니다. 이는 남아공 정부가 97년에 제약회사에 로열티는 지불하되 자국내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남아공 정부를 특허권 위반으로 제소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한편, 약값을 인하하겠다는 당근을 던진 것이다. 에이즈에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보다 제약회사들의 특허권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인가?
2000년 3월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삼성전자의 특허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장치'에 대하여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하였다. 만일 삼성전자의 특허권이 타당하다면, 현재 서비스중인 대부분의 온라인 대학들은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혹은 삼성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 '원격교육'이라는 특정한 사업방식에 대하여 특허권을 부여하여 특정 회사가 독점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인문학이 붕괴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돈'이 되는 학문이 아니므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연구성과를 가지고 나와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붐이라고 한다. 한 사회의 지식기반이 그 '상품성'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 공공자금으로 수행된 연구의 성과가 특정 기업의 이윤으로 연결되는 것은 타당한가?
자, 이와 같은 사회현상들은 모두 '지적재산권 시스템'과 연관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 시스템은 '생산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하에 갈수록 강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당연하다는 말인가?
▲지적재산권의 개념과 종류
지적재산권은 '무형의 지적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말하는 것으로, 유체의 다른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는 다르다. 무형의 지적자산, 즉 정보나 지식은 형체를 가진 물건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주었다고 해서, 나한테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여러 사람이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복제와 전송을 획기적으로 진전시켰다. 정보와 지식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이들에게 소유권 즉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과 같은 법적인 강제가 필요하다.
지적재산권은 크게 특허와 저작권으로 나뉘어진다. 특허는 '산업재산권'으로도 부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특허권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한 양식의 서류를 특허청에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이를 특허 출원이라고 한다) 특허청에서는 해당 발명이 새로운 발명인가(신규성), 특허권을 받을 만큼 어려운 발명인가(진보성), 산업상 이용가능한가 등을 판단하여 특허권을 부여하게 된다. 특허권을 인정받으면 출원 후부터 20년간 그 권리를 보호받는다. 특허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발명을 실행하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계약을 맺어 실행에 대한 댓가(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저작권은 '문화, 예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이다. 즉,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창작물에 대하여 그것을 다른 사람이 복제, 수정, 배포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특허권과 달리 저작권은 심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창작한 즉시 발생한다. 그리고, 그 권리는 저작자 사후 50년간 보호된다. 이와 관련하여 저작인접권이 있다. 이는 음악이나 연극의 실연자나 제작자와 같이 창작자는 아니지만, 그 생산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부여된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저작권은 '문화, 예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기술적인 메뉴얼, 데이터베이스 등의 기능적인 생산물들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 외에 실용신안, 상표권, 영업비밀, 반도체배치설계 등도 지적재산권의 영역에 속한다.
▲왜 지금 지적재산권이 문제가 되는가? - 자본에 의한 삶의 식민화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의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지적재산권이 그토록 문제가 되고 있는가?
물질적 재화의 생산이 포화에 다다르자, 자본은 자기재생산을 위한 새로운 경로를 찾게된다. 그 하나가 자본의 전세계화이며, 다른 하나가 생활 세계를 상품화하는 것이다. 생활 세계의 상품화란 이런 것이다.
문화의 상품화, 지식의 상품화, 서비스의 상품화, 건강의 상품화 등 먹고살기 위한 고달픈 노동의 시간을 떠나,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삶을 즐기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부모와 자식을 보살피고, 예술적인 끼를 발산하고, 아프면 치료를 받는 이 모든 삶의 과정이, 예전에는 사람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통해 해결되었던 이 모든 과정이 상품관계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상품관계로 대체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예전에는 그냥 노래를 불렀었는데, 이제는 노래방에 가서 돈을 주고 노래를 불러야 된다는 식의 단순한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각의 인간관계의 영역이 가지고 있던 자신의 가치가 소멸되고, '돈'이라는 가치로 대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단지 환자가 돈을 주니까 의사가 의술을 판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환자는 치료해주지 못하겠다는
의사에게 '돈' 이외의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돈이 되는 학문을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학자'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생활세계의 상품화 과정과 지적재산권 시스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문화'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방식, 가치이다. 최근 저작권법의 강화는 '문화의 산업화'에 기인한다. 날로 비대해지는 영상산업(TV, 영화로부터 CD-ROM,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으로의 확장), 노래방, 게임방 등의 급속한 확장, 만화, 캐릭터 산업, IP(Information Provider), CP(Contents Provider) 활성화 등. 기업들은 사람들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으며, 저작권에 기대지 않고, 기업들은 이윤을 기대할 수 없다. 이제 문화는 경제와 별개의 영역이 아니며, 전체 산업에서 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명특허'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상품화의 메카니즘에 종속시키고 있다. 거대 제약기업들은 상업적인 의료 시스템과 결부되어, 사람들의 건강을 자신의 이윤과 결부시키고 있다. 더 많은 생산이라는 명분하에 거대 식량 기업들이 생산한 유전자 조작된 식품들이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있다. 바다에 버릴 만큼 식량은 많아지고, 의료기술은 발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보통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고픈 배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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