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외교섭 불협화음의 원인

  • 입력 2000년 6월 30일 18시 50분


대외통상업무에 대한 정부 부처간의 이견으로 해당국과의 교섭에 차질이 빚어지는 예가 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어업협상에서 양쯔강 앞 해역 포기 대가로 서해5도 해역 조업권 처리에 중국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밝혔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외교부가 일방적으로 우리의 ‘카드’를 노출시켜 협상의 이(利)를 잃게 됐다고 말한다.

유럽연합과의 조선협상이나 미국과의 자동차협상 그리고 중국과의 ‘마늘문제’에서도 관계부처간의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 외교부와 관련부서인 농림 산업자원 재정경제부 사이에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관계부처간 건설적 토론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외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외교부와 실무적 차원의 대안을 주장하는 관련 부서 사이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정부 조직으로 볼 때 외교와 통상의 기능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것이 외교통상부라는 한 부처로 통합된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중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반대여론 속에서 ‘외교+통상부’가 만들어질 때는 물론 그 나름대로의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시행 후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드러난 부작용은 그 주장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통상전문가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상공부에 그 기능이 있을 때는 산하기관인 무역협회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산업연구원 등이 협상논리를 지원해 주었으나 지금은 이들 기관에서 통상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내 전문가들이 인사이동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기존 외교부 내 비전문가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어 교섭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내에서 정무직과 통상직이 따로 움직이는 이중조직이 연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통상 쪽에서 재외공관에 내리는 지시는 현지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교섭 때도 정무 쪽이 중심이 되고 통상 쪽은 뒷전인 경우가 허다해 이에 따른 갈등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외교와 통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다각도로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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