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펀드 클린화’선언〓금융감독원은 당초 ‘투신권만 부실자산을 공개한다’고 밝혔다가 대주주인 증권사가 상당 부분 손실을 떠안게 되자 공개대상을 증권 종금 은행 신탁계정으로 넓히고 은행 고유계정의 추가손실액까지 추가했다. 이정재 금융감독위부위원장은 “마지막 속옷까지 벗어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발표는 부실 전면공개보다는 신탁펀드 클린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고객이 맡긴 자산의 부실청소 내용만 공개했을 뿐 고유계정이 원천적으로 안고 있는 부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 따라서 금융권 전체부실 내용은 여전히 축소돼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금감원측은 “고객들에게는 신탁자산 부실만이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과거 고유-신탁펀드간 부당 편출입을 경험했던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엔 충분치 않다.
▽잠재부실(손실) 분담안이 확정된 셈〓금감원은 이번 공개를 앞두고 7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원본가치)의 처리와 관련, 대주주 분담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투신권은 신탁자산 펀드수익률을 6∼8%로 맞추는 선에서 신탁자산의 부실을 고유계정으로 옮겼고 이의 부실에 대비, 대주주인 증권사들이 현금보유액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손실을 분담했다. 은행 역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여신건전성을 대거 강화함으로써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본시장 불안심리가 투신 은행권의 잠재부실에 대한 의혹에 뿌리를 뒀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시장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전망.
▽금융시장 안개 걷히나〓그러나 이번 조치의 성패는 투신권 수탁액 감소세의 중단 여부에 달려있다. 정부는 이에 앞서 비과세상품과 은행 보험사가 취급하던 적립형 신탁상품의 판매를 투신권에 대폭 허용함으로써 수익기반을 넓혀줬다. 펀드 클린화선언을 통해 고객들이 투신사에 돈을 맡기게 될 경우 투신사의 기관투자가로서의 위상이 되살아나게 돼 주식 채권시장 안정은 급진전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 담보CP 할인 매각에 따른 추정손실 3000억원을 투신권이 추가로 안아야 하는 등는 데다 채권시가평가제 실시에 따라 장기적인 매수기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투신권의 회생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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