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잠재부실 규모〓30일 공개된 은행의 실제 여신분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발생한 은행권 추가부실 규모는 5조1148억원. 기업들의 미래상환능력 등을 감안한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을 적용하면서 양호한 것으로 여겨졌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재분류됐다. 실제 그동안 요주의 및 고정여신으로 분류돼온 워크아웃 기업들의 30∼40%가 회수의문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추가부실규모 중 은행의 잠재손실로 잡히는 것은 3조9393억원에 그쳤다. 이는 상당수의 은행들이 손실에 대비해 미리 기준을 초과한 1조175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극명하게 드러난 은행 격차〓이번 발표에서 잠재손실이 전혀 없다고 발표한 은행은 주택 신한 조흥 제일은행 등 4개 은행. 이중 조흥은행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 은행으로서 의외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 조흥은행의 경우 3600억원의 추가부실여신이 발생했으나 이미 이에 대해 2700억원을 초과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신한은행은 부실이 오히려 408억원이 줄었다.
반면 한빛 서울은행은 잠재손실이 각각 7769억원과 7670억원으로 향후 부실정리와 자본확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워크아웃 기업의 추가부실이 많이 드러난 탓이다.
외환(5837억원) 국민(2734억원) 한미(1368억원) 하나은행(1502억원)은 이번에 발표한 잠재부실을 모두 6월말 결산기준에 반영해 클린뱅크로 거듭난다는 계획. 이들 은행은 이번 손실을 반영하고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모두 8%를 초과하고 당기순이익도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부실처리 계획〓은행들은 크게 부실채권정리와 자본확충을 통해 부실여신을 해소해나간다는 계획. 우선 회수가 거의 불가능한 부실채권은 과감하게 손실처리하고 부실채권 및 워크아웃 여신의 해외매각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한빛은행의 경우 현재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자본증권을 발행해 7000∼8000억원의 자기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급류탄 은행구조조정〓금감원은 잠재부실 반영시 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에 대해 8월중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 비용절감. 경영이익 극대화,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자구계획이 실현불가능한 은행은 경영진에 부실책임을 철저히 묻는 한편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 기간 내에 확실한 부실 해소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부실은행들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구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대손충당금〓금융기관이 대출금 가운데 개인 파산, 기업 부실화 등으로 원금과 이자상환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 대손충당금은 부채로 간주되고 실제로 부실채권이 상각되는 경우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FLC기준 대출 분류〓금융기관은 빌려준 자금을 ‘회수 가능성’에 따라 단계별로 구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둬야 한다. 대체로 정상여신(1∼6단계), 요주의(7단계), 고정(8단계), 회수의문(9단계), 추정손실(10단계)로 구분한다. 단계별로 ‘떼일 확률’에 따라 대출금의 0.5%, 2%, 20%, 50%, 100%를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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