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의 해외 매각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은 물론 내수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우를 인수한 포드를 더 이상 외국업체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르노-삼성자동차의 이름으로 생산된 차량도 거리에 등장하게 된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소비자에겐 과연 이득인가, 손해인가.
▽수입차, 여전히 높은 벽〓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한국은 가장 까다로운 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불과 2400여대.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의 0.2%에 불과하다.
한 해 1600만대 이상의 차량이 팔리는 미국시장에선 일본과 서유럽, 한국 등 수입차의 비중이 30%선.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도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7%를 넘는다.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 한국에서 수입차 비중이 1%도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 수입차 업계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왔다.
수입차 업계에선 한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입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시대 돌입〓대우차가 포드로 넘어가면 적어도 포드와 르노 두 업체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당분간 대우와 삼성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겠지만 국내 생산라인을 이용해 포드나 르노 이름으로 팔리는 차량을 생산해도 이를 외제차로 보기는 어렵다.
대우는 포드의 기술과 첨단 마케팅 기법을 도입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은 SM5의 후속 모델을 투입해 현재 0.2%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을 2003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승용차시장의 절반 이상이 포드 및 르노-삼성에 넘어간다는 결론이다. 7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현대와 기아는 시장지배력이 약화되고 수익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다임러 및 미쓰비시와 함께 월드카를 개발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한편 내수시장에서도 경쟁에 이기기 위해 성능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98년 4만2000대 이상 팔렸던 삼성 SM5는 빅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60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올초 르노에 매각된 후 판매량은 월 2500대로 증가했고 올해 안에 월 50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안 때문에 구입을 꺼렸던 고객들이 르노에 대한 믿음으로 다시 삼성차를 찾게 된 것.
국산차의 경쟁력은 지금까지 성능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있었다. 차를 구입할 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져 다양한 차를 고를 수 있다면 소비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더욱이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주요 업체의 첨단 기술이 이전돼 국산 자동차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내 자동차시장도 가격보다는 성능과 마케팅 능력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