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들링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781년에 웨일스 사람들에 의해서였던 것 같다. 나중에 이 말은 ‘집안의 구조가 더 나은 조건을 허락하지 않을 때, 남자와 여자가 옷을 모두 입은 채로 함께 자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이제 시간을 빠르게 돌려 1956년으로 가보자. 그 때 애리조나 주의회는 ‘여러 개의 제한적인 보험 프로그램들을 묶거나(bundling) 합치는 것’을 금지했다. 그리고 75년에 미국 법무부는 IB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한데 묶어(bundling)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각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 나은 조건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오늘날에도 번들링이라는 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웹 브라우저와 윈도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한데 묶어 판매했다는 연방 판사의 판결에서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번들링’이라는 법적인 용어의 어원학적 근거에 입각한 나의 해석은 이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침대 위에 한데 묶인 채 놓여 있는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옷을 완전히 입고 있으므로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지 않다며 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인 인터넷에서 새로운 의미로 쓰이고 있는 옛 단어는 번들링 외에도 더 있다. 예를 들어 37년에 호멜 식품이 내놓은 양념된 햄의 상품명인 ‘스팸(SPAM)’은 오늘날 소문자로 썼을 때 ‘아무 쓸모 없는 전자우편’ 또는 ‘컴퓨터 게시판에 멋대로 광고를 게재하기’를 의미하는 말이 됐다.
어떻게 스팸이라는 말이 컴퓨터 세계에서 이런 뜻으로 쓰이게 됐는지에 대한 단서는 뉴턴스 텔레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전은 스팸이라는 말을 ‘깡통에 든 분홍색 고기의 상품명에서 유래한 용어. 이 고기를 던지면 고기 덩어리가 지저분한 얼룩을 남기며 바닥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호멜 식품의 대변인은 이 설명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우리 집 부엌에서 실험을 해본 결과 나는 스팸의 깡통을 따고 보통 속도로 고기를 벽에 던지면 고기가 얼룩을 남기며 떨어지는 대신 다시 튀어 오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자〓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onlanguag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