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단붕괴, 교실붕괴 그리고 학교붕괴 등의 용어가 생소하지 않게 됐고 여론조사에 의하면 인문계 고교생의 27.9%만이 수업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실업계 고교생의 경우 41.3%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중고교생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TV시청 등으로 인해 고교생의 성적이 8∼10점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른 보고서는 고교에서의 학력 저하 뿐만 아니라 초중학교 학생 역시 한 반에 5명 꼴로 기초학력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부진아가 중학생 4만5000명, 고교생이 1만8000명에 이르고 초등학생까지 합치면 2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사는 지도를 포기하거나 방임하고 있고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 출석은 하지만 학습을 포기하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공부하려는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조기유학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교실붕괴가 확산되고 기초학력이 부진하게 되면 머지않아 국가경쟁력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초학력 부진은 지난 1, 2년간 확산돼온 교실붕괴가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학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어렵게 공부하지 않아도, 특히 한가지 특기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이 확산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결과는 1, 2년 만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작 초중고교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10년 후가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0년 후에는 사회가 지금과는 판이할것이기 때문에 기초학력 없이는 첨단과학 등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적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80년대 초부터 21세기를 준비해오면서 한국 등 동양의 교육에서 기초학력 배양의 지혜를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며 기초학력 배양을 위한 별도의 노력과 함께 보충학습을 강화하고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교육예산을 확대해 나가는 등 국가 차원에서 세심한 배려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면 대학입시 위주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교육은 붕괴되고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대학에만 가면 된다는 사고가 아직도 팽배해 있다. 그러나 기초인성과 기초학력 없이는 성공적으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다. 기초학력을 배양한 토대 위에 특기 적성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며 공부를 적당히 해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일이다.
기초학력 저하와 교실붕괴를 방치하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당국자 모두가 자녀들의 교육을 방임하고 있는 것이고 자녀를 입시준비에 내모는 일은 ‘교육적 학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초학력 저하는 교단붕괴→교실붕괴→교육붕괴→국가경쟁력 붕괴의 도미노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제 국민의 기초학력을 배양하는 일을 학교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가정 지역사회 직장,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 제고와 종합적인 ‘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교육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 인력개발 차원에서 기초학력 성취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학업성취 수준검사도 시행해야 할 것이고 학년 및 학교 수준별 점검체제도 마련해야 된다. 그리고 수능제도도 기초학력 측정의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때이다. 새삼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의 ‘교육은 최상의 경제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볼 때이다.
이현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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