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금융기관들, 기업 단기―결제자금 마련 총력전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19분


<<은행파업에 대비해 기업과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기관들이 파업 불참을 선언한 우량은행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파업사태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을 산하 금융기관에 지시함에 따라 자금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감원 ‘증권사 유동성 확보하라’〓강병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7일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은행파업사태로 결제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정강현 증권업협회 전무는 “증권사별로 유동성을 쌓기 위해 파업 예정 은행에 들어 있는 예금을 일부 빼내 파업 불참을 선언한 은행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우량은행 계좌트기’〓LG투자증권은 주거래은행이 제일은행으로 은행파업과는 관련이 없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00여개 지점에 대해 파업을 하지 않는 은행에 계좌를 1, 2개씩 터놓기로 했다. LG증권의 100여개 지점에서 하루중 거래되는 자금이 1500억∼2000억원. 파업참가 은행은 당장 이 돈을 받지 못하게 됐다. LG증권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2000억원을 빼내 비파업 은행에 맡겨 놓기로 했다. 대신증권 등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도 이 정도 규모를 파업을 하지 않는 은행에 비축해둘 참이어서 증권사에서만 최소한 1조원의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여진다.

고객예탁금을 관리하는 증권금융도 하루 5000억원 어치의 지불준비금을 증권사에 내줄 때 비파업 은행을 통하기로 하고 10일까지 4조원 어치의 자금을 비파업 은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보험업계 카드사도 파업않는 은행으로〓보험사들은 사고보험금 지급이나 고객 보험료 및 대출이자 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거래은행을 한미 하나 신한 제일 농협 우체국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손보협회는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국민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예금을 옮겼으며 현대해상화재는 제일은행 계좌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삼성 LG 동부 등 대형보험사들도 비파업 은행으로 주거래계좌를 10일 이전에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카드는 주거래은행이 한빛은행이지만 6일 한미은행에 350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체도 비상〓기업들은 단기자금과 결제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통신은 주거래은행이 국민은행이지만 파업에 대비해 농협으로 자금을 이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중소건설업체 사장인 M씨는 “내주 초엔 은행돈을 옮기느라 창구가 번잡해질 것 같아 8일중 운영자금 전액을 비파업 은행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자금팀 관계자는 “수출입 신용장 처리를 위해 외국계 은행이나 파업을 안하는 은행을 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측은 “은행 파업기간 중 협력업체들에 거래대금을 주기 위해 현금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증시 "계속 문엽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금융노조가 은행 총파업을 강행하더라도 주식시장은 휴장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증권거래소 김종해상무는 “회원 증권사들이 은행 총파업이 예정된 11일 이전까지 파업불참 은행으로 결제계좌를 옮길 예정”이라며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결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무는 7일 오전에 열린 증권사 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으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당국과의 협의도 마쳤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고객예탁금을 관리하는 증권금융도 파업강행에 따른 결제 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해 이날 파업불참 은행으로 고객예탁금을 옮겨놓았다.

이와 함께 선물거래소측도 은행권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휴장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은 은행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증권사 지점에서만 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의 고객은 미리 돈을 찾거나 파업불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신용카드 사용 "OK"▼

은행권이 예정대로 11일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신용카드 이용에는 특별한 장애가 없을 전망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BC 국민 삼성 LG 외환 동양아멕스 다이너스 카드 등은 카드 회원이 가맹점에서 일시불과 할부구매를 할 때 은행 파업과 상관없이 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이 물건을 사거나 용역에 대한 대가로 카드결제를 원할 경우 가맹점이 카드사에 거래승인을 확인하는 전산시스템을 카드사 자체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금서비스 이용은 현금지급기(CD)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금융공동망이 정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불편이 커진다.

특히 BC 국민 외환카드 등 은행계 카드의 경우 회원이 카드를 발급받은 은행의 전산이 가동되지 않으면 어떤 은행 CD나 ATM에서도 현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반면 삼성 LG 아멕스 다이너스카드 등 전문계 카드는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이 몇 개씩 지정돼 있어 전산이 정상가동되는 은행의 CD와 ATM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 파업시 가장 큰 걱정은 은행계좌에서 자동이체되도록 돼 있는 카드 이용대금의 결제다. 만일 회원의 결제은행 전산이 다운될 경우 파업기간 결제일이 돼도 은행계좌에서 이용대금이 자동이체되지 않기 때문. 카드사들은 그러나 전산망 중단 등 은행측의 이유로 인해 대금연체가 발생할 경우 회원들에게는 연체료를 물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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